‘미션 임파서블’ 촬영 현장, 불륜녀 배역에도 스며들 수 있는 게 복음

최기영 2024. 10. 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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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영화인 세미나 눈길
할리우드 1대1 멘토링 기회 주는 대상에 임도균 감독의 ‘입덧’ 영예
스티븐 오(오른쪽 세 번째) 감독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CFF, 공동위원장 김상철 이성혜) 영화인 세미나에서 기독교 영화의 나아갈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CFF 제공


“기독교영화가 아니지만 ‘미션 임파서블’ 속 톰 크루즈가 절벽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는 현장에도 하나님은 계십니다. 한국 감독과도 영화 제작을 해봤습니다. 첫 촬영에 돌입하기 전에 돼지머리 올려놓고 고사 지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죠. 하지만 하나님께 전심으로 기도하는 크리스천이 제작 현장에 있으면 그 작품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하십니다.”(스티븐 오 감독)

“하나님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사랑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작품에서 저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곤 하죠. 선하신 하나님은 구하고 찾는 자에게 본질을 나타내게 하십니다.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찾게 하는 과정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는 통로가 됩니다.”(에릭 윌슨 작가)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CFF·공동위원장 김상철 이성혜)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미국 할리우드(Hollywood)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역들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엄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현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인 영화와 음악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방식, 오늘날 기독교 영화가 마주한 도전과 과제에 대한 멘토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영화설교의 선구자 하정완 꿈이있는교회 목사, 김상철 KCFF 위원장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들은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작업한 할리우드 1호 항공촬영감독 스티븐 오 감독을 비롯해 그래미어워드 노미니 작곡가 맷 브론리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 ‘파이어 프루프(fire proof)’를 쓴 에릭 윌슨 작가였다.

이들은 영화 제작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는 물론 크리스천 영화인으로서 지녀야 할 인식과 태도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현직 영화 산업 종사자, 연기와 연출을 전공하며 꿈을 키워가는 예비 영화인 등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나누며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선 ‘과거보다 반기독교적 영화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계’ ‘목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유부녀, 동성애자처럼 반성경적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의 자세’ 등 현실적인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에 나설 때 투자자들이 자극적인 내용을 삽입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태반”이라며 “포기할 때 감당해야 할 불이익이 크고 혼자 싸우기 힘들더라도 크리스천 예술인들이 함께 연대해가며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에릭 윌슨(오른쪽 첫 번째) 작가가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CFF, 공동위원장 김상철 이성혜) 영화인 세미나에서 크리스천 영화 예술인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CFF 제공


윌슨 작가는 “제작 현장에서 동성애 문제를 비롯해 경건하지 않은 주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무조건 회피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게 자신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현실을 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중성 짙은 작품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수 있도록 기독교 문화 예술의 질적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는 직언도 나왔다. 하 목사는 “예술 작품에 복음을 제대로 융합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깊이 연구하는 동시에 깊은 인문학적 성찰, 영화 제작 관련한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영화에 담기는 내용에 있어서도 반드시 예수와 교회 얘기로 국한하기 보다는 더 많은 대중들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를 펼쳐보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코엑스 오디토리엄 외부에 마련된 '빈백 상영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의 모습.


올해 ‘문화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처음 시도되는 다채로운 체험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오디토리엄 외부 공간에는 영화제 기간 중 정해진 상영 시간에 참석할 수 없었던 관객들을 위해 초청작과 시상 후보작을 감상할 수 있는 무비 존(movie zone)과 빈백(beanbag)상영관, 영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플레이 존(play zone), 재미있고 의미있게 크리스채너티를 담아낸 굿즈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행복비전마켓 등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들도 흥미롭게 참여할 만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기독교 영화를 제작해 온 장신행(33)씨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데 다음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영화가 쓰임 받을 수 있어 늘 감사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많지만 용기를 내어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 촬영 전공자로서 장씨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충호(26)씨는 “영화제가 마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영화에 진솔하게 복음을 담아내는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반갑다”며 “같은 고민을 품고 기독교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영화제는 기독교 영화제라고 해서 교회 예배당이나 소규모 공간에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비기독교인들이 기독교 문화에 대한 좋은 경험을 얻는 ‘첫 만남의 장’을 표방했다. 서울 도심의 유동인구가 밀집한 코엑스에서 영화제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이날 코엑스에 쇼핑을 위해 찾았다가 영화제 현장에 들렀다는 임윤호(39)씨는 “영화를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여서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CFF, 공동위원장 김상철 이성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임도균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저녁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46편의 작품 중 최종 본상에 오른 7편의 수상작 중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헐리우드에 방문해 1대1 멘토링을 받으며 영화 제작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대상에는 임도균 감독의 작품 ‘입덧’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처음 제정된 KCFF 연기상에는 이 작품에서 섬세한 임산부 역을 소화한 조현주 배우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성혜 공동위원장은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 언제 중단될 지 모를 절박한 위기들을 통과해왔는데 그럴 때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분명하게 느꼈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세상에 온기로 전달되고 문화 사역의 장을 확장할 크리스천 인재들이 더 많이 배출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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