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식·식당밥은 편식해야 건강식"…외식 경계 1순위는 '이것' [건강한 가족]
만성질환 막는 외식 가이드
곡류·어육류·채소류 배합이 좋아
중성지방 많으면 생선 메뉴 늘려야
‘나트륨 줄이기 음식점’ 꼭 체크
현대사회에서 집밥만 먹고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식당에 가거나 포장해 오고, 배달음식을 시키고 간편식을 사다 먹는 건 이제 일상이다. 문제는 건강관리다. 완제품을 사서 먹으면 직접 조리하지 않아 식재료를 모두 확인할 수 없고 간·맛을 뜻대로 내기 어렵다. 혈압·혈당·지질 수치를 관리해야 하는 현대인에겐 고민거리다. 특히 수치가 정상과 질병의 경계선에 있다면 생활습관 교정을 위한 첫걸음은 식이요법이다. 바깥 음식을 먹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고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혈당 조절 필요할 때
당뇨병이란 여러 가지 원인으로 혈액 내에 포도당이 정상보다 높아져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이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팩트시트’(2024)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을 가진 사람은 533만 명이다. 또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당 수치가 정상인보단 높은 경우다. 질병으로 악화하는 걸 막으려면 식사할 때 일정한 원칙을 따르는 게 좋다.
원칙의 기본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먹고 적정 시간에 먹음으로써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이때 몇 가지 기억하면 도움된다. 첫째, 단순 당 식품 섭취를 조절한다. 단순 당은 농축된 열량원으로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 상승을 촉진한다. 단순 당이 많이 포함된 식품은 줄이고 복합 당 위주의 식품을 먹는다. 둘째, 식이섬유소를 충분히 먹는다. 펙틴·알긴산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소는 혈당 농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셋째, 술은 영양소가 전혀 없고 열량만 많이 내므로 되도록 피한다.
외식 메뉴가 고민일 땐 다양한 식품이 포함돼 영양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한식·일식이 좋다. 튀김·볶음류 위주의 양식과 중식은 자주 먹지 않도록 한다. 한식·일식 중에서도 채소 조림, 초무침처럼 밑반찬이 곁들여져 채소류를 많이 섭취할 수 있거나 곡류·어육류·채소류가 배합된 음식이 좋다. 짜고 자극적인 메뉴는 보상 심리로 당류를 섭취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뜨려 혈당을 올리는 유인책이 될 수 있으니 염분을 많이 함유한 국·찌개보다 조리 후 지방을 제거한 싱거운 국물류가 추천된다.
요즘 당류 섭취량을 늘리는 주범은 음료수다. 식사 도중이나 후에 마실 음료에 신경 써야 한다. 단맛 나는 커피나 콜라, 코코아 같은 음료 보다 당분을 이용하지 않은 녹차·둥굴레차·보리차가 낫다. 갈증 해소를 돕는 음료도 주의 대상이다. 대전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온음료, 스포츠음료 같은 음료수는 고혈당으로 소변 배출이 많아져 탈수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한 캔당 60~80㎉의 열량이 들어 있어 혈당 조절을 방해하기 쉽다.
지질 상태 걱정될 때
혈액 내에 중성지방·콜레스테롤 등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이가 많다. 지질 수치를 높이는 원인의 하나는 고지방 식사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방 에너지 하루 섭취율이 2011년 19.2%에서 2020년 24.1%로, 포화지방산 하루 섭취율은 2013년 6%에서 2020년 7.8%로 느는 추세다. 포화지방산의 경우 총 에너지 섭취의 7% 미만이 권고되나 이미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
지방은 열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기 쉽고 혈액 내 지질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를 살펴야 한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지질 수치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생선 메뉴를 권장하는 이유다. 특히 등푸른 생선엔 오메가3 지방산인 EPA·DHA가 풍부하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전 발생을 방지하며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외식한다면 고등어·꽁치·삼치 같은 등푸른 생선을 기름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석쇠를 이용한 구이나 찜, 전골 식으로 조리한 메뉴를 택하면 좋다.
또한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물성 지방을 즐긴다. 밖에서 돼지고기·소고기·양고기·닭고기를 먹을 땐 지방을 가위로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요즘 식물성 지방 가운데 젊은 층 입맛까지 사로잡은 건 들기름이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돼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된다. 요즘 식당엔 식재료와 조리법, 소스 종류 등 레시피를 간단하게 설명해 놓은 메뉴판이 많아졌다. 샐러드나 무침 요리에 들기름을 활용한 메뉴를 고르자.
만들어 놓은 식품을 고를 땐 영양 성분 표시를 우선 확인한다. 가급적 1회 제공분량당 전체 지방량이 5g 이하인 제품을 선택한다.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은 1회 제공분량당 3g 이하, 식이섬유소의 경우 1회 섭취 시 5g 정도 되는 제품이 좋다. 지질 수치가 나쁜 상태라면 1회 제공 분량당 총 탄수화물 30g 이하, 당류 15g 이하를 권한다.
혈압 수치 낮추고 싶을 때
혈압 수치가 정상보다 높으면 정상인 사람보다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고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 역시 커진다. 지난 6월 대한뇌혈관외과학회지에 실린 국내 30~40대 젊은 층에서 발생한 뇌출혈의 요인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과 관련성이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는 “MRI로 뇌 실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던 39명을 봤을 때 50% 이상의 환자에서 뇌출혈 발병 전에 이미 뇌 변성이 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뇌 변성은 고혈압과 관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혈압을 정상화하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혈압 강하 효과와 함께 다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외식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염분이다. 혈액 내 소금의 주요 성분인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수분을 체내에 많이 보유하게 돼 혈압이 높아진다. 한국인의 주요 나트륨 급원 식품은 배추김치·간장·된장·라면이다. 보통 면·국·탕·찌개·전골 같은 음식으로부터 전체 나트륨의 60% 이상을 섭취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메뉴를 완전히 배제해버리면 외식이 불가능하다. 외식을 하루 한 끼로 제한하는 식으로 외식 빈도를 최대한 낮추는 수밖에 없다.
식당에 간다면 ‘나트륨 줄이기 실천 음식점’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모든 메뉴의 1인분 나트륨 함량이 1300㎎ 미만이거나 전체 메뉴 5분의 1 이상의 나트륨 함량을 기존 대비 30% 이상 줄인 음식점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000여 곳(2022년 3월 기준)을 지정한 바 있다. 음식점 입구에 지정 현판을 확인하거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식사 메뉴로는 짬뽕과 우동, 열무 냉면, 뼈다귀해장국, 짜장면, 만둣국, 해물 칼국수가 꼽히므로 참고한다. 반찬에도 간이 돼 있으므로 먹다 보면 나트륨 총량이 높아질 수 있으니 한식을 먹을 땐 반찬이 많이 나오는 메뉴보단 단품류가 낫다.
어쩔 수 없이 국이나 탕, 찌개, 전골류를 먹을 땐 작은 그릇을 사용해 덜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음식점에서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주문할 땐 양념을 따로 요청해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참고 자료=『질환 관리를 위한 바른 식생활 가이드』(보건복지부)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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