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성기 홍콩 누아르의 당당한 후계자

김형욱 2024. 10. 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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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구룡성채: 무법지대>

[김형욱 기자]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 포스터.
ⓒ 콘텐츠판다
1980년대 홍콩 구룡성채, 온갖 범죄가 판을 쳤던 이 무법지대를 사이클론을 위시한 조직이 접수한다. 이후 사이클론이 남아 성채의 질서를 지키고 있다. 어느 날 그곳에 범상치 않은 실력자 찬록쿤이 도망쳐 들어온다. 그는 불법 체류자로 신분증을 만드는 게 당면한 제일 목표였는데 미스터 빅이라는 조직보스에게 속아 그의 마약을 대량으로 훔쳐 도망쳤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찬록쿤을 받아주는 사이클론, 찬록쿤은 돈을 벌어 신분증을 만들고자 밤낮없이 일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이클론은 찬록쿤을 자기 밑에 두기로 한다. 그렇게 찬록쿤은 구룡성채에서 생전처음 맛보는 몸과 마음의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오래지 않아 구룡성채는 철거될 것이었다. 와중에 구룡성채에 큰 위기가 닥친다.

그 옛날 사이클론이 구룡성채를 차지할 때 양 옆에서 활약한 추형과 타이거형이 일련의 이유로 사이클론과 찬록쿤 일행을 습격했고 사이클론은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추형이 미스터 빅에게 찾아가 구룡성채를 박살 낼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내 미스터 빅은 조직을 이끌고 구룡성채로 쳐들어 오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구룡성채를 지킬 수 있을까?

전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았던 '홍콩 영화'의 향수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 포스터.
ⓒ 콘텐츠판다
구룡성채라고 불린 구룡채성은 법률상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100여 년 동안 존재한 대규모 무법지대다. 이 기괴한 고층건물 슬럼은 수많은 콘텐츠에서 쓰였기에 직접 가보지 않았더라도 남아 있는 사진으로 그려지는 상이 있을 정도다. 친근하다면 친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곳의 내부는 무정부, 무법지대로 세상 모든 범죄가 득시글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1980년대 구룡성채를 다르게 그렸다. 아니 시선과 관점을 달리 했다는 게 맞겠다. 범죄와 폭력이 없을 수 없지만, 나름 질서가 지켜지며 보통의 민중에 의해 경제가 돌아갔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보살피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모습이다. 그 기반 위에 감독은 의리와 배신, 액션과 감정의 폭발 등을 마음껏 분출한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홍콩 영화'는 하나의 대명사로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누아르, 무협, 코미디, 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했다. 하지만 1997년 홍콩 반환이 확정되며 앞으로 다가올 중국 정부의 탄압을 피해 홍콩 밖으로 도피하며 모든 게 흩어졌다. <구룡성채>는 그때 그 시절의 느낌을 영화 안팎으로 충만하게 보여준다.

홍콩 누아르 특유의 진득함과 무협 느낌의 액션이 섞인 영화의 내용도 그러하거니와 1980년대 홍콩 골든트리오의 일원 홍금보, 1990년대 홍콩 사대천왕의 일원 곽부성, 2000년대 이후 홍콩 최고 스타 고천락까지 홍콩 영화를 시대별로 대표하는 이들이 한데 모인 것 자체가 그때 그 시절의 낭만을 떠오르게 한다. 거기에 임봉, 유준겸 등 2000~202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할 만한 배우들의 열연이 홍콩 영화의 미래를 밝게 한다.

무협 스타일 액션, 홍콩 누아르의 낭만

19세기에 중국은 홍콩섬, 구룡반도, 신계의 세 구역을 차례로 영국에 할양하고 19세기 말에 지금의 홍콩을 99년간 조차(빌려서 통치)한다. 대도시로 성장한 홍콩, 와중에 구룡성채만 법률상으로 중국의 소유로 남아 있었으나 관여할 처지가 아니었다. 영국 입장에서도 중국인이 점령하고 이어서 범죄의 소굴이 되어간 그곳을 깊숙이 관여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구룡성채는 오랫동안 슬럼이자 무법지대로 악명을 떨쳤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게 확정되며 앞서 언급한 홍콩 영화뿐만 아니라 구룡성채도 큰 변화를 맞는다. 말 그대로 허물어져 버린 것. 영화는 홍콩의 역사와 함께하며 큰 축을 담당했던 구룡성채의 마지막쯤을 배경으로 가져와, 역시 흩어지고 무너져 버린 홍콩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전한다. 무협 스타일의 액션과 전성기 홍콩 누아르가 생각나는 전개 등은 다분히 의도한 것이리라.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액션의 향연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구룡성채를 통째로 먹고자 쳐들어온 미스터 빅, 평생 찾아다닌 원수를 죽이고자 하는 추형과 타이거형, 목숨 걸고 구룡성채를 지켜내야 하는 사이클론, 그리고 그들 모두와 얽히고설킨 찬록쿤까지 액션에 각자의 감정이 묻어나 치열함을 더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치열한 액션만큼 서로를 향해 진하게 휘감긴다. 홍콩 누아르 하면 범죄조직, 애환, 의리, 권선징악 등의 키워드들이 공통적으로 나열되는데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정확히 따르려 한다. 특히 뒷세계의 애환과 의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바 1980년대식 홍콩 누아르의 낭만을 그대로 수혈하고 또 뒤따르려 했다.

무협 액션이 생각날 만큼 처절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이 밑바탕되면서 홍콩 누아르만의 맛이 묻어나니, 올드팬은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고 누가 봐도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전성기 때의 홍콩 영화들을 보고 싶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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