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생가터에 차려진 '추모공간'...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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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숙 기자]
▲ 말랭이마을에 준비된 추모공간 간간히 방문객들의 조문이 이어지다 |
ⓒ 박향숙 |
▲ 말랭이마을 김수미생가복원터 군산시에서 추모공간과 헌화를 마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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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미씨의 생가터 안방에 설치된 작품영상사진들 추모의 꽃 한송이를 바친 방문객이 실내를 돌아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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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씨는 1949년 10월, 군산의 말랭이 마을에서 태어나 군산초등학교(현 군산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해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필자도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고향인 군산을 추억하며, '특히 겨울날 부둣가에서 뱃짐을 나르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버지 덕분에 서울에서 공부했다'며 눈물짓던 고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는 1970년 만 21세 나이로 MBC 공채 3기 탤런트 시험에 합격해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무명 시절이 길었지만, 데뷔 10년 차에 <전원일기> 일용 엄니(할머니) 역할을 맡으면서 배우로서 자리를 잡았다. 무려 22년 동안 할머니역을 맡는 바람에 극 중 환갑잔치를 했던 때 그가 정말 환갑인 줄 알고 선물을 보내온 팬들도 있었다고. 최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방송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봤던 터라, 고인의 별세 소식은 더욱 안타깝다고, 마을 어머님들도 입을 모아 서러워하셨다.
"이제 75살인데, 너무 아까워. 작년에도 오고, 올해 초에도 음식 방송 때문에 이곳에 와서 얼굴 보고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람 체구는 작아도 큰 인물인데, 아깝네. 아까워."
책방에 앉아 있노라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고인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갔다고. 또 어떤 이는 빈소가 어디에 있냐고 물어서 안내하는 일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 김수미생가터실내모습 고인이 생전에 출연한 작품에서 보여준 천의 얼굴이 담긴 전시물과 옛가구들이 소담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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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수미씨 하면 생각나는 것은, 그녀가 조연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배우라는 점이다. 고인을 추모하는 방송에서 그 시절 연기 대상식을 다시 보았다. 할머니 가발을 벗은 그녀의 앳되고 살포시한 미소를 보니, 정말 그녀의 연기가 새삼 신의 경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용아 엄니, 상 탔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변신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려온다.
별처럼 빛난다 해서 배우를 스타(star)라고 하겠지만, 어디 빛나는 별이 한두 개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별 들 중의 자기 고유의 색을 가진 별들이라면 모두가 주연 자리에 있는 별들이 아니겠는가. 형식상 조연이란 자리에서도 주연보다 더 빛나는 연기의 삶을 그려낸 그녀야말로 진정한 주연 중의 주연 별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천직을 제외하고도 그녀를 대표하는 단어인 '요리' '코믹' '욕쟁이' 등을 이제는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참으로 슬프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예계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가까운 이웃사촌 같은 그녀의 소탈함 덕분에 아직도 정말 그녀가 세상을 떠났냐고 묻는 말랭이 어머님들의 말끝에 눈물이 고였다.
반세기가 넘도록, 소시민들의 희로애락을 대신해서 연기하고 지고한 삶을 살아온 배우 김수미.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조차도 김수미 씨의 영전에 국화꽃을 놓고 가는데, 우리 군산 사람들도 시간을 내어 빈소에 헌화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한다(빈소 장소, 말랭이 마을 김수미 생가터, 2021.10.27.일까지 조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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