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개선 vs 생태계 훼손...강릉 경포호 250억 인공분수 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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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개선 위해 250억 예산 투입
강원도 강릉시가 동해안 대표 석호(潟湖)인 경포호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대규모 인공분수를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는 저동 경포호에 수질 개선을 위한 환경개선사업으로 250억원을 들여 길이 400m, 최고 높이 150m의 수중 폭기시설인 인공분수를 만들겠다고 26일 밝혔다.
경포호는 바다와 이어지는 넓이 125만6204㎡의 자연호수로 겨울 철새도래지이자 자연보호 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이번 환경개선사업은 물 순환 시설과 분수를 포함한 수중에 적정 규모 산소를 공급하는 폭기시설을 설치해 석호 순기능을 복원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경포호는 여름철이면 녹조 등 해조류 출현으로 심한 악취와 함께 수중생태계는 물론 경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릉시는 환경개선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되면 경포호에서 사라지거나 개체 수가 줄어든 어종과 식물·조류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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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어종·식물·조류 돌아올 것
이에 따라 강릉시는 지난 10일 강릉과학산업진흥원에서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내외 수질 개선을 위한 환경개선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사업 필요성과 개요를 설명하고, 사업 시행 단계부터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강릉시는 사업 완료 후 경포호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운영ㆍ관리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또 향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듣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포호에 대규모 인공분수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단체는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포호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23일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시가 20여년 전에도 논란이 돼 중단된 경포호 대규모 인공분수 설치를 재추진하고 있는데 당장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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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호로서의 가치와 기능 훼손
시민모임은 “자연 자체로서 가치가 큰 생태경관 자원인 석호에 인공구조물이 한번 설치되면 자연호 가치가 상실되고 훼손된다”며 “한번 사업이 진행되면 여러 가지 개발 사업이 연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엔 자연호 기능이 훼손되고, 관광자원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도현 강원영동생명의숲 사무국장은 “강릉시는 통반장 등 관조직을 동원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거기엔 수질 개선 사업이라는 단 두줄 짜리 간단한 설명만 있을 뿐 정확한 판단 근거가 될 충분한 계획과 설명이 빠져있다”며 “대규모 인공분수 시설을 수질 개선 사업이라고 둔갑시키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진행 중인 주민동의서 작성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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