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패션 테러리스트 안 돼요 [정현권의 감성골프]
실력이 중요하지 뭐가 대수냐며 그간 패션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나이 들면서 스타일에 조금씩 신경이 간다. 베스트 드레서가 아니더라도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만큼은 피하고 싶다.
캐디들이 호감을 갖거나 비(非)호감을 갖는 패션이 있을까. 캐디에게 잘 보이려고 골프장에 가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있다.
이는 ‘골프장 패션을 통한 매너와 서비스의 상관관계’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이 전국 골프장 10곳에 종사하는 캐디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결과를 소개한다.
캐디들이 좋아하는 가장 좋아하는 골프 패션은 피트감을 살린 슬림한 스타일이었다. 색상으론 푸른 잔디와 잘 어울리는 파스텔 톤이었다.
원색 계열로 잘 코디하거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 패션도 캐디들의 호감을 샀다. 원색 계열이라고 해서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아무렇게나 혼합해서 착용하면 오히려 시선만 어지럽힌다.
캐디들은 등산복 차림을 최악의 패션 테러리스트로 꼽았다. 한때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이 외출복이나 골프복으로도 유행했다.
셔츠(남방)나 청바지 차림도 캐디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간혹 속이 비치거나 선 크림으로 분장하고, 겨드랑이 부위 땀으로 얼룩지는 복장도 안쓰러운 스타일로 꼽혔다.
야구 모자를 쓰거나 밖으로 길게 흘러내리는 헐렁한 상의를 착용한 골퍼도 민망하다고 캐디들은 경고한다. 발목 위로 길게 올라오는 양말도 아재 스타일이다.
펑퍼짐한 하의가 골프화에 길게 흘러내려 몇 겹이나 주름이 잡혀도 곤란하다. 여성 골퍼의 경우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착용하면 주변 시선이 민망하다.
“복장에 많은 돈을 들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가령 브라운이나 보라색 골프화에 양말이 살짝 드러나는 식으로 포인트를 줘도 산뜻해요.” 포천힐마루CC에서 근무하는 한 캐디는 골프화나 모자, 머플러, 액세서리 등에 특정 포인트를 줘도 패션감각을 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골프 웨어를 제대로 갖춘 골퍼에게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76%)는 비율도 높았다. 캐디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패션에 어느 정도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응답자의 80%는 스타일리시한 골퍼는 실력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표적으로 상의를 바지 안에 넣거나 슬림 핏 스타일을 스타일리시로 보았다.
계절별 골프 패션 컬러로 봄 가을에는 다양한 색상, 여름에는 시원한 파랑 계열 상의와 흰색 하의가 추천됐다. 경력 5년 이상 오래된 캐디들이 골퍼들의 패션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꼴불견으로는 △클럽 투척 △야한 농담이나 반말 △그린 라인 잘못 봤다고 핑계 △남은 거리 여러 번 물어보는 골퍼 순으로 꼽았다. 대부분 캐디는 자신을 경기 보조자로 예우하는 골퍼가 고맙다고 생각했다.
캐디에게 필드 레슨을 받으려고 한다면 큰 도움이 안 될 확률이 절반 정도 되는 셈이다. 91~100타를 친다는 캐디는 20.9%, 골프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21.6%였다.
이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가 75%로 월등히 높았다. 캐디 100명 가운데 75명이 여성이라는 의미이다. 고령자가 많은 일본 골프장과 달리 30대(49.4%)와 20대(35.1%) 캐디가 주류였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집을 나서기 전 골프 복장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일교차가 심한 데다 색상과 스타일까지 조합하는 게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
아침 일찍 티 오프(Tee-off)라면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고 온도가 올라가면 하나씩 벗으면 된다. 바람막이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가벼운 내복을 비상용으로 보스턴 백에 비치해도 좋을 듯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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