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끝 사퇴, 이후 8년 공백…與·與 갈등 부른 '특별감찰관' 뭐길래

김정민 2024. 10.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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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언론 등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중앙포토

"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 아닌가. "
2016년 8월 당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와 정면충돌하면서도 ‘사퇴 불가’ 방침을 밝혔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을 향한 감찰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청와대까지 “중대한 위법”이라며 이 감찰관을 몰아세우는 상황이었다. 이 감찰관은 “내가 사퇴해야 하냐”고 버텼지만, 결국 한 달 뒤 이 감찰관은 임기(3년)를 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감찰관 사태는 대통령 배우자·친족(사촌 이내)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독립적으로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졌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이 영부인·수석비서관 등 살아있는 권력의 비위를 감찰하는 게 무리라는 현실론이 대두했다. 결국 이 감찰관의 사퇴 이후 지난 8년간 2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되지 않은 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법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제도 추진 문제를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뉴스1

그랬던 특별감찰관 제도가 최근 여당 내에서 논란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씨 불법 여론조사 및 공천개입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탓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의 돌파구로 특별감찰관제를 꺼내 들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 공약”이라며 거듭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여·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가 임명되나


2014년 국회는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2016년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2014년 법사위 여당 간사 자격으로 여야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당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국회는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로 일했던 현직 변호사 가운데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특별감찰관에 임명한다. 이석수 특감의 경우 검찰 출신 변호사였다. 법령에 없는 세부적인 조직 운영과 감찰 방법 등은 대통령령을 따른다.

이 때문에 구조적으로 대통령 측근이 임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여소야대 정국이면 몰라도 추천권자가 (야당 다수인) 현재 국회인 이상 측근 임명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실제 부활 시 후보 추천을 두고 벌어질 여야 다툼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과 다른 점은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인원 전체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갖는다. 뉴스1
민정수석실과의 역할 충돌도 과제다. 현재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대통령실 내부 감찰 대상은 수석을 포함해 대통령이 임명한 비서 전원이다. 형식적으로는 특감과 감찰 대상이 일부 겹친다. 그러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주요 업무가 일반 정부부처와 사정기관 등 외부 감찰인 데다, 대통령 친·인척과 조직 내 상관인 수석급에 대한 감찰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컸다.

특감은 민정수석실에 비해 직무상으론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 감찰 대상에게서 ▶차명 계약 ▶공적 계약 개입 ▶인사 등 부정청탁 ▶부당금품 수수 ▶공금 횡령 등의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곧장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는 형태다. 대통령에게는 감찰 개시와 종료 후 결과만 5일 이내에 사후 통보하면 된다.


김 여사 리스크 해소할까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감찰 대상이 막강한 ‘실세’인 경우엔 특감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석수 전 특감은 우병우 전 수석의 아들 병역특혜 의혹과 가족회사 자금 유용 의혹 등을 감찰할 당시 “청와대에 감찰 착수를 보고한 당일부터 민정실에서 불편하다는 취지의 전화가 오는 등 지속적인 감찰 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2017년 말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증언했다. 비슷한 시기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이 전 특감의 감찰 동향을 수집해 우 전 수석 등에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민만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결국 누가 오느냐의 문제”라며 “소신이 약한 사람이 임명되면 제 기능을 못하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장영수 교수는 “지난 8년간 대통령실 고위직과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내부통제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유능한 인물이 온다면 리스크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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