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예술행정가 변신 발레리나 김주원 “무용의 대중화 필요해”

장지영 2024. 10. 2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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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로 세대교체 주도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 마스터로 활약
부산발레시즌 예술감독으로 대중화 기여
김주원은 2024 부산발레시즌을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11월 첫 공연을 앞두고 부산에서 단원들과 연습에 한창이다. 김주원은 후배들을 위한 활동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부산 영화의전당 제공


요즘 한국 무용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발레리나 김주원일 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김주원은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을 꾸준히 개최하는 한편 발레 대중화와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최근엔 화제의 TV 서바이벌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심사위원단을 이끄는 마스터로 출연 중이다.

특히 김주원은 올해 ‘부산발레시즌’을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은 데 이어 국내 최대 발레축제인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신임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위촉되며 예술행정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1월 15~17일 부산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첫 부산발레시즌 공연을 앞두고 단원들의 연습을 이끄는 김주원을 만나봤다.

“이제는 후배들의 무대 돕는 역할에 욕심”
지난 2022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동·청소년 무용 교육 지원 사업 ‘꿈의 댄스팀’ 홍보대사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저는 쉬는 것보다 일할 때 에너지가 솟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엔 발레리나로서 제 무대에 대한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후배들이 주인공인 무대를 돕는 역할에 욕심이 커진 게 달라진 점이에요.”

김주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00년대 ‘한국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부산 출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한 그는 1998년 국립발레단에 수석무용수로 입단했다. 2006년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는 등 한국 발레계의 간판 무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0년 댄스 뮤지컬 ‘콘택트’의 여주인공과 2011년 TV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후 2012년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국립발레단을 떠나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무용수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예술가와 협업한 무대를 선보여 왔다. 또한, 각종 TV 예능에 출연해 발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발레 대중화에 대한 김주원의 노력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의 협업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지난 2022년 아동·청소년 무용 교육 지원 사업인 ‘꿈의 댄스팀’ 홍보대사로 참여한 그는 지난해 대국민 캠페인의 예술감독으로서 그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또한, 늘봄예술학교 사업의 명예교사로 참여해 발레 동작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김주원의 발레교실’을 만드는 한편 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대상의 마스터클래스와 워크숍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TV 댄스 예능 통해 스타 무용수 탄생되길”

“꿈의 댄싱팀이나 늘봄예술학교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아이들이에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직접 춤출 때보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가 만 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나 관객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직접 춤추지 않으면서도 예술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 만났던 안무가들이나 예술감독님들이 제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뒤늦게 깨닫기도 했어요.”

유창한 언변으로 다양한 방송 활동도 한 그는 ‘댄싱 위드 더 스타’ ‘발레교습소 백조 클럽’ 등 무용 관련 TV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였다. 최근엔 몸으로 싸우는 남자 무용수들의 계급 전쟁이라는 부제를 내건 댄스 서바이벌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의 마스터로 참여하고 있다. ‘스테이지 파이터’는 ‘댄싱9’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등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 무용수들을 배출한 제작진이 참여해 무용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저는 무용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관객 없인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TV의 댄스 예능이 무용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에 긍정적입니다. 순수 예술인 무용의 호흡이 길다 보니 TV의 댄스 예능이 시청자를 붙들기 위해 짧은 호흡과 대결 구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봐요.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계급이란 단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무용수들의 고민과 성장을 보여주는 장으로서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무용수들이 주목받으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지는 등 장점도 많다고 봐요.”

올해 부산발레시즌 ‘선택과 집중’으로 준비
지난 3월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 오디션에서 지도위원 정영재(왼쪽부터), 황혜민, 윤전일과 함께 무용수들을 평가하는 장면. 부산 영화의전당 제공

‘스테이지 파이터’가 화제지만 그가 올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부산발레시즌’ 준비다. 2027~2028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발레 제작극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부산오페라시즌이란 이름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 단원을 선발해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부산발레시즌을 시작하며 김주원을 예술감독으로 위촉하는 한편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을 선발했다. 지난 3월 오디션에서 시즌 단원 18명을 선발한 뒤 7월 발레 워크숍에서 프로젝트 단원 10명을 뽑았다. 여기에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황혜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정영재, ‘댄싱9’ 출신 발레리노 윤전일이 지도위원으로 참여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은 예술감독과 단원 모두 시즌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전까지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과 함께 많지 않은 예산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시즌 예술감독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에서 제 부산행을 걱정했지만, 저는 고향인 부산에 공공발레단이 창단됨으로써 후배들이 희망을 얻고 시민들이 발레를 가깝게 접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도전정신을 느꼈습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은 올해 부산시가 지원한 2억원 외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지역 대표 예술단체 육성 지원 사업’ 선정으로 국비 2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여기에 단원들의 부산 숙소 경비와 발레단 토슈즈 등 공연제작비 일부를 지역 기업인 화승 그룹으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 창단된 서울시발레단의 예산에 비하면 매우 적다.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잡은 김주원은 올해 부산발레시즌을 두 달여의 리허설과 두 차례의 공연으로 결정했다.

지난 14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2024 부산발레시즌’ 제작 발표회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들이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을 선보이는 모습. 부산 영화의전당 제공

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 선임은 ‘세대교체’ 상징

먼저 11월 15~17일 ‘샤이닝 웨이브’(Shining Wave)라는 단막 발레 두 편을 더블빌로 선보인다. ‘빛나는 파도’라는 뜻의 제목은 발레단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더블빌 중 하나는 클래식 발레인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이고 다른 하나는 창작발레 ‘샤이닝 웨이브’다.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은 ‘파키타’ 가운데 다양한 춤들이 펼쳐지는 3막 결혼식 장면을 가리킨다. 그리고 신예 안무가 박소연과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정윤이 안무한 ‘샤이닝 웨이브’는 정영 작가의 연시 8개를 춤으로 표현했다. 이어 12월 3~4일엔 ‘해설이 있는 갈라 콘서트-화이트 발레 소네트’가 공연되는데, 김주원이 해설자로 출연한다.

김주원은 “올해 부산발레시즌이 좋은 평가를 받아 내년 시즌 발레단 환경이 좋아지길 바란다”면서 “발레단이 매년 조금씩 나아지면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개관했을 때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김주원은 최근 임기 3년의 대한민국발레축제 신임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위촉되며 발레계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1950~1960년대생이 수장을 맡던 발레계가 1970년대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주원은 “내가 발레계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편이다 보니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얼굴로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발레를 알리라는 뜻으로 대표를 맡기신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우수 축제로 평가받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이 고질적 문제다. 보다 많은 분이 축제를 후원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부산=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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