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G7 리더십… 캐나다·독일도 정권 내줄 판

김이현 2024. 10. 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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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영 집권당, 이미 선거서 패배
미·일 현직 정부수반은 재선 포기
캐나다 與, 소수당 전락… 트뤼도 사퇴 압박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7개국(G7)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가 올해 들어 정권 심판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미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했고, 일본과 미국에서는 현직 정부 수반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내년 선거를 앞둔 캐나다와 독일에서도 집권당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두 나라 집권당 모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 중이며,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야권이 결집하거나 연정이 깨지면 곧바로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판이다. G7 가운데 이탈리아만 집권당이 순항 중이다.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가 연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정권 내주거나 흔들리거나

영국에선 지난 7월 4일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뤘다. 노동당은 411석을 얻었는데 역대 최대 의석(1997년의 418석)에 근접하는 압승이었다. 3일 뒤 열린 프랑스 총선에선 중도 성향 여당 앙상블이 무려 86석을 잃으며 2당(159석)으로 밀려났다.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이 180석으로 1당을 차지했고, 극우 국민전선(142석)도 의석을 53석 늘리며 선전했다. 여소야대 속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우파 성향 내각을 출범할 수 있었다. 3당인 국민전선의 느슨한 지지에 기대고 있어 내각의 안정성이 취약한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사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TV토론 실패와 낮은 지지율로 인한 당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7월 21일 재선 도전을 포기했고, 비슷한 처지에 몰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8월 14일 같은 선택을 했다. 미국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일본 자민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새 간판으로 내세워 각각 대선과 중의원 선거에 임하고 있지만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트뤼도·숄츠도 ‘위기의 남자’

캐나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집권 자유당은 올 들어 열린 보궐선거에서 텃밭도 지키지 못했다. 지역구 신설 이후 한 번도 뺏긴 적 없었던 몬트리올의 라살 에마르 베르됭 지역구를 9월 지역 정당인 퀘벡 블록에 넘겨줬고, 6월에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토론토의 세인트폴 지역구를 보수당에 내줬다.

2015년 44세의 젊은 나이로 총리에 올라 9년째 집권 중인 자유당 소속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 같은 위기에 봉착한 주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등한 물가가 꼽힌다. 이민과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인 것도 주택·물가 위기를 키웠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유당 정권은 주택, 교육, 의료가 인구 통계에 맞춰 발전하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트뤼도 총리가 뒤늦게 이민 규제 등에 나서고 있지만 떠나간 민심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책 협약을 맺고 여당을 간접 지원해온 제2야당 신민주당이 지난달 초 협약을 파기해 자유당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신민주당이 제1야당 보수당과 손잡고 내각 불신임 결의에 나설 경우 내년 10월 이전에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 통계 사이트인 338캐나다에 따르면 지금 당장 총선이 치러진다면 보수당이 하원 338석 중 219석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율이 폭락하자 당내에선 트뤼도 총리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뤼도가 안고 있는 정치적 문제는 트뤼도 자기 자신”이라며 “트뤼도 브랜드는 더 이상 캐나다인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2021년 독일에서 16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사민당과 올라프 숄츠 총리는 3년 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해 있다.

사민당은 직전 총선에서 206석으로 1당에 오른 뒤 3·4당인 녹색당(118석)·자유민주당(92석)과 손잡고 정권을 출범했다. 애초부터 중도 좌파 사민당과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자민당, 생태주의 정당인 녹색당이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기업을 중시하는 자민당은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구역 제한을 추구하는 반면 녹색당은 도심지역 교통량을 줄이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사민당과 녹색당은 확장재정을 강조하지만 자민당은 긴축재정을 추구한다. 이 같은 연정 내 불협화음은 3년 내내 이어졌다.

정치적 혼란 속에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경제도 주춤한 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은 팬데믹 이후 거의 발전하지 못한 채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 뒤처지고 있다”며 “독일의 문제는 분열된 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사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난민 문제를 파고들며 지지세를 확장했다.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을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고, 튀링겐주의회 선거에선 1위를 기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11일 기준 사민당 지지율은 16%로, 중도 보수 성향의 기민·기사연합(31%)은 물론 AfD(19%)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민당 내에선 그나마 인기가 높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으로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숄츠 총리는 뒤늦게 국경 통제 강화, 난민 혜택 축소 등의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일자 관련 법안과 자신의 거취를 연계해 총리 신임투표를 실시할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도이체벨레는 “다음 총선은 2025년 9월로 예정돼 있지만 그전에 숄츠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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