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파병 사실상 시인 "그런 일 있다면 국제규범 부합"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를 파병했다고 25일 사실상 시인했다. 한국·미국 등 국제사회가 발표한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과 관련해 북한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만약 지금 국제보도계가 떠들고 있는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파병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면서 파병 사실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상은 러시아 파병설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그것을 불법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싶어 하는 세력들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외무성은 국방성이 하는 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또한 이에 대하여 따로 확인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파병을 확언하지는 않았다.

북한 발표에 앞서 러시아도 북한 파병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파병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오는 27∼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하고, 이미 병력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엔 1500여명이 추가로 러시아에 도착했으며, 전체 파병 규모는 연말까지 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한 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면 분명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