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1등 패션 앱…남성·일본도 홀린다 [천억클럽]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4. 10.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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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에이블리코퍼레이션

패션·뷰티·인테리어·중고거래….

수없이 많은 국내 전문몰 중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은 무엇일까. 정답은 의외로 ‘에이블리’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에이블리 월간 사용자 수는 843만명이다. 올리브영(705만명), 무신사(642만명), 번개장터(468만명) 등을 멀찍이 따돌린 1위 앱이다. ‘남자는 무신사, 여자는 에이블리’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국내 패션 커머스를 사실상 양분하는 한 축이다. 2018년 3월 처음 앱을 선보인 이후, 이제는 업계 최대 규모인 7만개 입점 마켓을 거느린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사업 영역을 보다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3월에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을, 4월에는 웹툰·웹소설 서비스를 공식 출범하며 덩치를 키웠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없잖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촉발된 ‘커머스 플랫폼 위기론’은 에이블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연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에이블리는 기존 여성 패션 앱 ‘에이블리’를 넘어 남성 고객과 일본 고객 잡기에도 나섰다. 남성 패션 앱 ‘4910’, 일본 쇼핑 앱 ‘아무드’를 통해서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제공)
AI 취향 추천 서비스로 차별화

非패션 뷰티·풀필먼트도 급성장

에이블리는 왓챠 공동 창업자 출신 강석훈 대표가 만든 플랫폼이다. 2015년 창업한 의류 쇼핑몰 ‘어패럴제이’를 기반으로, 2018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으로 사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스타일 커머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아마존 AI 추천 서비스 AWS를 주로 사용하는 여타 경쟁사와는 달리, 사업 초기인 2019년부터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사용해오며 추천 기술을 정교화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패션-뷰티, 뷰티-생활용품 등 카테고리 간 교차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트위드 원피스를 좋아하는 고객은 코랄 컬러 틴트를, 인테리어 시에는 미니멀한 소품을 선호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라며 “가격뿐 아니라 취향·개성 등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패션·뷰티 특성상, 데이터 기반 추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가파르다. 앱 론칭 2년 만인 2020년 6월 국내 패션·의류 월간 사용자 수 1위를 달성했고 업계 최단 시간인 약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에는 누적 다운로드 3000만건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국민 패션 앱으로 거듭났다.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도 연달아 유치할 수 있었다. 2019년 70억원 시리즈A를 시작으로, 2020년과 2021년 각각 370억원·6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230억원으로 여성 패션 플랫폼 업계에선 단연 최대 규모다.

실적도 오름세다. 매출은 2020년 526억원에서 지난해 2595억원까지 뛰었다. 그간 고질병으로 꼽혔던 부진한 수익성도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2022년 연간 최대 적자인 744억원을 기록했던 에이블리는 지난해 33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에이블리 실적 개선 배경에는 비(非)패션 사업 강세가 자리한다. 에이블리 내 셀러 창업을 돕는 솔루션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셀러가 판매하고 싶은 상품 사진만 올

리면 나머지 물류·판매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물건 사입부터 판매, 배송, 고객서비스(CS), 마케팅 전 과정을 대신해준다. 운영에 필요한 모든 물류 과정은 서울 성수동 에이블리 자체 풀필먼트 센터에서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창업한 셀러가 1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패션 너머 카테고리 확장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뷰티·생활용품·푸드 등 셀러와 판매 상품이 늘어나면서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고, 매출 증가로 다시 셀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다.

뷰티가 대표적이다. 에이블리는 2021년 3월, 여타 버티컬 플랫폼 중 가장 먼저 뷰티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에이블리 뷰티관 거래액은 론칭 1년 만에 6500% 넘게 증가하는 등 급격한 J커브를 그리고 있다. 올해 8월 에이블리가 진행한 ‘뷰티 그랜드 세일’ 방문자 수는 9일 동안 650만명을 넘겼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성장세다. 올해 9월에는 뷰티 누적 리뷰만 520만건을 돌파하는 등 이용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올해 5월부터 에이블리 전용 혜택을 담은 화장품 라인업 ‘온리 에이블리’를 선보이는 등 뷰티 영역을 계속 강화해나가는 중”이라며 “뷰티 외에도 디지털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한 ‘생활용품’, 최신 디저트 팝업스토어로 인기를 끄는 ‘푸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넘어 남성까지 잡는다”

자본잠식 리스크는 풀어야 할 숙제

지난해 숙원이었던 연간 흑자전환을 달성한 에이블리는 최근 ‘포트폴리오 확장’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기존 주력 고객인 여성을 넘어 남성 패션 플랫폼을 새로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일본 쇼핑 앱 시장에도 신규 진출했다.

에이블리는 올해 3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을 출범했다. 꼼파뇨·칼하트·1989스탠다드·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캐주얼 브랜드부터 나이키·뉴발란스·아식스 등 스포츠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 앱을 내놓은 지 반년 만인 올해 9월, 이용자 수가 90만명을 넘어서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10월 정식 출범한 일본 쇼핑 앱 ‘아무드’도 순항 중이다. 올해 9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배, 주문 고객 수도 5배 이상 늘었다.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중 유일하게 쇼핑 앱 다운로드 순위 ‘톱5’에 오르는 등 일본 현지에선 K-패션을 대표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거래액·이용자 수·신규 사업까지, 다방면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에이블리지만 불안 요소도 없잖다. 에이블리는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금을 이미 다 소진한 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에이블리는 자신 있다는 반응이다. 현재 보유한 약 1500억원 자본잉여금과 흑자전환 이후 발생한 당기순이익을 더해나가는 방식으로 결손금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평이다. 여기에 연내 진행 예정인 시리즈C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자본잠식은 큰 문제없이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잠식 이슈를 불식시키려는 에이블리와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패션 카테고리 경쟁력 제고를 꾀하는 알리바바 사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자본잠식이 문제 되는 건 매출과 거래액 성장세가 둔화하고 신규 투자와 영업이익이 없는 기업”이라며 “에이블리는 2020년 이후 매출이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자본잠식 리스크는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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