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엔 인사돌’…46년간 뇌리에 스며들다 [장수 브랜드의 비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0. 25.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 동국제약 인사돌

46년 동안 구강 치료제 최강자로 군림하는 약품이 있다. 동국제약의 대표 일반의약품 ‘인사돌’이다. ‘구강 건강’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처음 등장해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며 국민약 반열에 올랐다. 구강 치료제 시장을 넘어 일반의약품 전체로 내다봐도 인사돌만큼 굳건한 매출을 올리는 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생 제약사였던 동국제약은 인사돌 브랜드의 활약에 힘입어 현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인사돌의 활약에 힘입어 동국제약은 한국 제약업계에서 존재감을 다질 수 있었다. 사진은 동국제약 본사. (동국제약 제공)
잇몸 건강 생소하던 시기 등장

우여곡절 딛고 블록버스터로

인사돌은 1978년 동국제약이 국내에서 선보인 일반의약품이다. 인사돌이 처음 등장한 1970년대는 ‘잇몸 건강’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시대였다. 기본적인 치과 치료조차 쉽게 받기 힘들던 때였다. 때문에, 잇몸이나 치아가 아프더라도 고통을 참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해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구강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잇몸약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맞춰 동국제약은 프랑스 라로슈나바론(現 로슈)사가 개발한 잇몸 치료제를 1978년 국내에 수입해 첫선을 보였다. 故 권동일 동국제약 창업 회장이 “꼭 필요한 약인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약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약이 바로 인사돌이다.

약의 주성분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이다. 치조골(턱뼈에서 돌출된 부분으로 치아를 지지하는 뼈)과 치주인대 강화에 효능이 있다.

출시 직후 개념이 생소한 잇몸 치료제를 알리기 위해 동국제약은 꾸준히 마케팅과 홍보 작업을 진행했다. 다른 회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친 덕분에 빠르게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잇몸약 시장에서 점유율 약 60%를 매년 기록하며 시장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스케일링 등 치주 치료 후 치은염(잇몸염)과 경·중등도 치주염의 보조 치료에 사용된다.

2014년에는 후박나무(목련나무)에서의 생약 추출물을 더해 ‘인사돌플러스’를 선보였다. 서울대 치대·충남대 약대와의 산학 협동을 통해 10여년간 연구 끝에 나온 결실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잇몸의 항염·항균 작용을 돕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인사돌 브랜드는 매년 실적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매출 380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427억원을 거두며 ‘400억원대’ 벽을 깼다. 한때 동국제약 매출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회사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도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2023년 기준 인사돌, 훼라민큐를 포함한 동국제약 정제 약품 매출액은 1618억원에 달한다. 동국제약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한다. 시장점유율은 더 압도적이다. 2022년 생산 실적 기준, 인사돌을 포함한 동국제약의 구강 치료제 정제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2위 업체의 5배 이상 수준이다.

친숙한 표어 내세운 ‘프레이밍 전략’

‘잇몸엔 인사돌’로 강렬한 뇌리

인사돌 브랜드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프레이밍 효과’가 자리한다.

프레이밍 효과란 구성 효과, 틀 효과라고도 불리는 행동경제학 용어다. 사람의 심리에 ‘틀(frame)’이 만들어지면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그 틀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것을 깨지 못하는 한 틀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고정관념도 일종의 심리학적 ‘틀’에 해당한다. 브랜드 마케팅에서도 ‘프레이밍 효과’는 요긴하게 쓰인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까먹지 않도록 ‘각인’시키는 효과를 누린다. 일례로 ‘대일밴드’는 제품명이 아니라 브랜드명이다. 본래 명칭은 ‘일회용 반창고’지만, 대일밴드라는 브랜드 프레이밍이 강력한 탓에, 브랜드가 본래 이름을 대체한 사례다.

인사돌은 오랫동안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인사돌’이라는 문구를 꾸준히 앞세웠다. 어떤 형태의 광고든, ‘잇몸엔 인사돌’이라는 문구가 꼭 들어갔다. 이는 곧 소비자 뇌리에 ‘잇몸병 약 = 인사돌’이라는 공식이 새겨지는 효과를 만들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잇몸약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가 인사돌인 만큼, 발매 이후 꾸준하게 높은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힌 ‘정공법 전략’도 주목받는다. 인사돌은 2014년 한때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동국제약은 논란을 회피하기보다는 주요 성분의 임상 시험을 다시 시도, 재평가받는 방법을 택했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치과구강용제로 구분되는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 단일제’와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 복합제’ 등의 성능을 재평가받았다. 식약처는 해당 제제의 효능을 재평가 후 치주질환 치료제에서 보조 치료제로 변경했다. 해당 임상 이후 인사돌 단일제 품목, 인사돌플러스 복합제 품목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됐다. 인사돌은 임상 재평가 2년 만에 의약적 효능을 인정받으며 효능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재 인사돌 브랜드의 주력 상품은 ‘인사돌’과 ‘인사돌플러스’다. 두 제품 모두 잇몸 치료제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국제약 제공)
국내 시장 넘어 해외 공략 박차

동물용 ‘인사돌’도 내놓는다

동국제약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 동물용 제품 판매다.

올해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첫 시작은 유럽의 제약 강국 스위스다. 동국제약은 올해 초 스위스 의약품청으로부터 일반의약품으로 인사돌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일반의약품으로 스위스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인사돌의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스위스에서 제품의 주요 공략층을 초기 잇몸병 환자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위스를 발판으로 유럽 일반의약품 시장을 적극 두드릴 계획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스위스 의약품청 허가를 기반으로 한 스위스 수출을 시작한 이후 유럽·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학술 심포지엄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날이 성장하는 ‘펫 시장’용 제품도 선보였다. 인구 감소로 성장이 정체된 국내 약품 시장과 달리, 반려동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이 주 제품이다. 2021년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동물병원에서만 판매해오다 올해 1월 약국 전용 규격 60정을 본격 선보였다. 약 성분은 ‘인사돌플러스’와 동일한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후박추출물로 구성됐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