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카뱅과 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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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카톡)과 합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
그런데 카톡의 기능과 카뱅의 기능을 각각 개념화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었다.
카톡에 접목했을 때 봉착할 기술적·법적 허들을 뛰어넘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저 당연한 선택에 불과한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그러나 오롯이 그것 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기에는 카톡이 획득한 기반이 너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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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카톡)과 합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 카카오뱅크(카뱅)의 설계자들이 마주한 난제였다. 누구나 다 쓰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카톡이므로 여기에 은행 메뉴단추 하나 더 새겨 넣는 게 상책 아니겠느냐고 투자자들은 주장했다. 윤호영 카뱅 대표는 과거 사석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국민 메신저’ 카톡의 위력을 고려하면 ‘왜 합치지 않고 분리하려 드느냐’는 반문이나 ‘카톡을 벗어나 자리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은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카톡의 기능과 카뱅의 기능을 각각 개념화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었다.
“카톡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광장이고 카뱅은 개인의 내밀한 금고예요. 금고를 광장에 내놓았다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꼈을까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800만에 이르는, 노란 바탕에 검고 통통한 알파벳 ‘B’가 큼지막하게 각인된 카뱅 앱의 탄생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가 며칠 전 윤곽을 내보인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에도 비슷한 맥락이 담겨있다. 본질적으로는 카톡과 같은 메신저임에도 카톡에 접목하지 않고 별도의 앱을 내놓기로 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번역’하면 카톡을 탈피한 AI 메신저로 제2의 카톡을 만들겠다는 정도가 되겠다.
카톡에 접목했을 때 봉착할 기술적·법적 허들을 뛰어넘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저 당연한 선택에 불과한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그러나 오롯이 그것 때문에 포기했다고 보기에는 카톡이 획득한 기반이 너무 두텁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적당히, 못 해도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경로를 삭제했다. 카나나에 적용되는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 이 자체만으로도 깎아내리기 어려운 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카카오를 벗어나야만 하는 카카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카나나는 성공할 것인가. 나아가 카카오는 AI를 앞세운 새로운 브랜딩에 성공할 것인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난도가 매우 높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별로 없을 듯하다. AI 그 자체로는 함부로 혁신을 말하기 어려운 현실이 가장 높은 장벽이다. “새로움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어느 증권사의 보고서는 시니컬하고 짓궂지만 그래서 부정하기 어렵다.
사업의 개요를 먼저 공개한 다음 사내 베타테스트를 거쳐 최종 출시하겠다는 전략은 이채롭다. 그런데 설득의 대상이 몇몇 투자자가 아닌 수천만 이용자다. 베타테스트에서 이들의 감수성과 요구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재현해내는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AI 기반의 그룹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의미부여했다. 따라서 카나나의 성패는 단순히 프로젝트 한 건의 성패를 넘어서는 함의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만큼 큰 판을 벌여놓았다는 얘기다. 경영적·사업적으로 카카오가 지금 서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둘러싸인 환경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누구보다 카카오가 잘 안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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