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성큼? 기대 못 미친 ‘사이버캡’
규제 문제 해결 시그널 주기 실패
기술적 진보 더딘 진행 의구심도
업계 “그래도 자율주행 시대는 온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는 언제 올까. 지난 10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 직전까지,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실망으로 금세 바뀌었다. 운전석에 스티어링 휠도, 페달도 없는 자율주행차량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청사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지는 버터플라이 도어가 달린 사이버캡의 등장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지만, ‘규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로보택시 공개 직후인 지난 11일 8.8% 급락했다. 반등과 하락을 거듭하며 지난 23일에는 220달러 선이 무너진 213.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기술적 진보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현재 세계 곳곳의 제한된 지역에서 강도 높은 규제 안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레벨3~4의 자율주행차량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 경기 판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은 도심의 특정구역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율주행 시스템을 통해 주행하는 것을 말한다.
적극적인 시범운영과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적 진보에도 진정한 자율주행 시대의 현실화가 더디게 이뤄지는 것은 왜일까. 제도적인 장벽이 높고 두텁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율주행 인프라를 갖추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간단찮은 일이다.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량 제조사, 소유주, 보험회사 등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묻게 하느냐도 첨예하게 대립되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실현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나 2030년이 시작점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개발 단계에서 자율주행차의 주행 중 사고 대처 능력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도로교통안전국(NTHSA)은 테슬라의 첨단 주행보조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 Driving)가 작동하던 중 발생한 보행자 사망 사고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미래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 BMW, 볼보, GM 등이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2년부터 일부 프리미엄 모델에 레벨3 자율주행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글은 2008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선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2020년부터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운영하며 누적 주행 거리를 3000만㎞ 쌓았다. 현대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5에 적용하고, 내년 말 도로주행 테스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수년 안에 아이오닉5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중국 기업들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바이두는 2021년부터 자율주행 택시 ‘아폴로 고’의 상업 주행을 시작해 현재 중국 10개 도시에서 누적 운행 거리 1억㎞를 넘어섰다. 누적 주행 거리가 많다는 것은 수집된 정보의 양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잠재력을 더 많이 확보해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연구에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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