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분기 성장률 부진, ‘경제의 선명한 청신호’ 어디로 갔나

2024. 10. 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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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엔 “교과서적 성장”이라더니 3분기 0.1% 성장


규제 풀고 정책 실행력 높일 국회의 입법 지원 필요


믿었던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3분기 우리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2분기(-0.2%)보다는 나아졌지만 지난 8월의 한은 예상치(0.5%)를 크게 밑돌았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오던 수출이 전기 대비 -0.4%의 뒷걸음을 친 탓이 컸다.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고, 자동차·화학제품·전기장비 등 비IT 품목의 수출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0.8%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이 성장률을 1% 가까이 끌어내린 셈이다. 그나마 민간 소비가 0.5% 늘어나는 등 내수가 회복세인 점은 다행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예상보다 낮은 3분기 성장률을 ‘쇼크’라고 표현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4%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국내 건설투자 부진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있는 만큼 이번 성장률 부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그가 공언했던 관세 리스크가 수출에 커다란 악재가 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올해 1분기 1.3%의 ‘깜짝 성장’ 통계치가 나오자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회복 경로에 본격 진입했다”며 한껏 고무됐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로 복귀”(기재부)라는 평가까지 했다. 그 ‘선명한 청신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당시 야당이 요구하던 13조원의 민생 회복 추경을 의식해 정부가 경제 낙관론을 과도하게 피력한 건 아닌지 차분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심리’여서 지나친 비관론은 경제 주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포장된 낙관론 역시 정확한 경제 전망을 그르치고 적시(適時)의 대책이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를 열고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을 홍보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위해선 거시경제를 잘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30조원의 세수 펑크로 재정 여력은 부족하고 가계빚과 부동산 시장의 금융안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에 고민이 많다. 거시정책이 자유롭지 않은 이럴 때일수록 규제를 풀고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국회의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 국민만 보고 간다는 여당과 ‘먹사니즘’을 표방한 야당은 경제와 민생 앞에 더 겸손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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