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토요일 사탕

김유나 2024. 10. 25. 00: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웨덴에는 '로다구디스' 문화가 있다.

'토요일'이라는 단어와 '사탕'을 결합한 말이다.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단것을 달라며 떼를 써도 주지 않다가 매주 토요일이 되면 사탕으로 보상을 준다.

예외적으로 토요일은 사탕가게에 갈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스웨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스웨덴에는 ‘로다구디스’ 문화가 있다. ‘토요일’이라는 단어와 ‘사탕’을 결합한 말이다.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단것을 달라며 떼를 써도 주지 않다가 매주 토요일이 되면 사탕으로 보상을 준다. 예외적으로 토요일은 사탕가게에 갈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스웨덴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는 저서 ‘스웨덴 패러독스’에서 이 문화가 스웨덴 사람들의 인내심을 키운 비결일 것이라고 봤다. 당장은 불편하고 손해 볼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보상체계가 잘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사회 시스템을 성숙시켰다는 것이다.

토요일 사탕 대목을 읽으며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 가운데 연금개혁이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재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모수개혁을 포함해 자동조정장치(가입자 수, 기대여명 등에 따라 보험료 인상분을 달리 정하는 방식), 세대별 차등 인상 등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2007년 이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개혁을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재의 연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도 보험료율 인상만큼은 합의가 가능했던 건 기금 고갈의 절박함 때문이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가중돼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였다.

당장 보험료율을 올리는 개혁안을 반기는 국민은 없다. 사탕을 지금 먹고 싶은데 훗날 보상으로 받을 사탕을 미리 계산해 인내하기란 쉽지 않다. 연금에서도 ‘토요일 사탕’이 작동하려면 사탕을 반드시 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사탕의 양 또한 설계한 그대로 줄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정부는 법에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적어도 낸 금액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금판 ‘토요일 사탕’인 셈이다. 이런 설명에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연금개혁청년행동이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연금 폐지론을 주장한 응답률은 20.7%였는데 특히 만 18~29세 29.4%, 30대 29.0% 등 청년세대들의 응답이 높았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 한참 남은 청년 입장에서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기성세대 탓에 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연금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루빨리 개혁하는 것, 그게 ‘토요일 사탕’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최근 최 교수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연금개혁 해법을 논의한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연금개혁은 쉬운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까, 어려운 개혁으로 풀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앞서 최 교수는 책에서 “쉬운 개혁은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합의를 통해 시행할 수 있고, 어려운 개혁은 시간을 오래 두고 신뢰를 쌓아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교수의 답은 “쉬운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불완전하더라도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모수개혁처럼 먼저 풀 수 있는 것들은 여야가 신속히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차관도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개혁은 아프지만 꼭 해야 하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여의도 시계를 보자. 지방 선거(2026년), 대통령 선거(2027년)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정치가 첨예한 갈등을 해결해주지 못해 또다시 국민에게 숙제를 던지면 그땐 ‘사탕’으로는 통하지 않을 더 큰 갈등과 혼란만 남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

김유나 사회부 차장 spri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