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동네 책방’이라는 경험을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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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오지에서 자란 까닭에 중학생이 될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경험이 없었다.
나에게 책방이란 그런 곳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독립 서점 책방지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적자를 내면서도 책방을 지킨 이유를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주인이 알아서 의미가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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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오지에서 자란 까닭에 중학생이 될 때까지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경험이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여름휴가 때 시골집에 내려온 큰언니가 선물을 줬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였다. 난생처음 받은 책 선물이었다. 그때 언니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구로공단의 모피 공장에 취직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녔다. 적은 월급을 쪼개 동생에게 줄 책을 골랐을 언니를 떠올리면 지금도 코가 시큰하다. 나에게 책방이란 그런 곳이었다. 동생을 위한 큰언니의 애틋한 우애가 알전구처럼 반짝이는 공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독립 서점 책방지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적자를 내면서도 책방을 지킨 이유를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주인이 알아서 의미가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클릭 몇 번으로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책을 살 수는 있지만, 이런 경험마저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책방에 가지 않는다면 당신은 모를 것이다. 책방에 무슨 음악이 흐르는지. 책을 진열하는 주인의 미간에 잠깐 서렸다 사라지는 고심의 흔적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놓칠 것이다.
우리네 생활 반경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주 오가는 곳에 점을 찍고 선을 이어보라. 집, 직장, 학교…. 쳇바퀴 돌 듯 빤할 때가 있다. 그 지점에 ‘책방’을 끼워 넣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한글을 깨친 아이에게 동화책을 고르라고 할 수 있다. 새벽기도 하는 어머니를 위해 필사하기 좋은 책을 고를 수도 있겠지. 비 오는 날, 연인에게 줄 일본 소설을 고를 수도 있다. 언니가 어린 나에게 ‘책이라는 경험’을 선물했던 것처럼 당신도 오늘은 소중한 이에게 ‘이야기’를 선물해 보자. 동네 책방은 그런 상상이 이뤄지는 곳이다. 당신이 문을 열면 창가에 매달아 놓은 풍령이 맑게 울릴 것이다. 그곳에 아직 펼치지 않은 깨끗한 이야기가 반짝인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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