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낯선 사람에서 소울메이트로

2024. 10. 2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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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새로운 만남은 성장의 동기
대화하며 깊게 이해하게 돼
‘옥스퍼드 뮤즈’ 전 세계 확산

10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에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 신부 양가에서 20명씩만 부른, 축복이 넘치는 다정한 결혼식이었다. 한적한 동네의 가정집 마당 한편에는 출판 편집자인 신랑의 지인들이 나란히 앉아 있고, 반대편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신부의 지인들이 각각 앉아 있었다. 집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정원 하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신랑을 보면서 누군가는 “위대한 개츠비 같아!”라고 속삭였다. 문학도들의 속삭임과 음악에 장단을 맞추는 예술가들의 흥이 어우러진 유쾌한 자리였다.

신랑 신부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났다. 현대인의 삶에서 소셜미디어는 모든 이의 삶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인스타그램은 취미를 공유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팔로우하는 플랫폼이다. 내가 사진을 좋아하면 사진을, 책을 좋아하면 서평을 올린다. 책을 주제로 하는 계정에서는 서평을 쓰는 사람들, 출판사 편집자들, 작가들, 독자들이 만난다. 서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연결하기는 쉽다. 그런데 신랑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신부는 디자인하는 사람이라 취향으로는 만날 일이 없었다. 그 중간에 책도 좋아하고 디자인도 좋아하는 지인이 있었다. 둘은 지인의 피드에 댓글을 달다 우연히 서로를 발견했다. 상대방 계정에 들어가 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서로 팔로우를 하게 됐다. 가끔 올라오는 일상의 순간을 스토리로 확인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은 답장을 하다가 서로의 매력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메시지를 보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성적인 호감을 발견하고 사귀고 결혼까지 한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자만추!)의 자리가 된 것처럼 만남의 방식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소개팅, 미팅과 같이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자리에서 많이 만났다. 물론 그 중간에 주선자의 역할도 중요했다.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쫓아가거나 같은 버스를 타는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연인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있다. 하지만 만남의 방법은 더 다양해졌다. 좋아하는 음악을 올리는 블로그에서 댓글을 달다가 서로 취향이 통해 결혼한 친구, 독서모임에서 열띤 토론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한 후배도 있다.

결혼 외에도 낯선 이와의 만남은 자극과 성장의 동기가 된다. 영국 옥스퍼드에 사는 시어도르 젤딘 교수는 자신의 70번째 생일에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해보자며 미디어 광고를 통해 모든 이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규칙은 두 가지였다. 서로 만난 적 없는 사람끼리 한 테이블에 앉을 것! 대화 메뉴판을 참고로 해서 대화할 것. 참가한 사람들은 애피타이저로 사용할 대화부터 메인 코스, 후식으로 만들어진 대화의 메뉴판을 받았다. 낯선 이들이 서로 대화하며 상대방을 깊게 이해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다. 25개의 질문 리스트를 따라가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발견했고 대화 속에 무언가가 피어났다. 이 행사는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옥스퍼드 뮤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전 세계 곳곳에 도시를 바꿔가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대 때 연인이 없던 친구와 나는 하늘에서 감 떨어지듯 정말 멋진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한탄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는 아무리 감이 달려 있다고 해도 막대기로 쳐야 떨어진다며 게으른 우리를 탓했다. 감이 우연히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찾아가고 자기를 표현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감을 찾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적극적으로 내 취향을 향해, 나와 맞는 누군가를 찾아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여기저기 낚싯대를 던져야 하는 시대가 왔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여기저기 기웃거려볼 일이다. 적극 좋아요를 하며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 보자.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발견이 당신의 지경을 넓히고 당신 안의 무언가를 밝게 태워줄지 모르니까.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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