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의 시선]자체 재원 마련하는 교육감은 없나

김원배 2024. 10. 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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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주의 로체스터시 주민들은 다음 달 5일 대선 투표와 함께 교육 재정 확충을 놓고 주민투표를 한다. 지난해 11월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연간 1000만 달러(약 138억원)를 더 걷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불과 300여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 때문에 학교가 폐쇄되고 교사가 해고될 위기를 맞았다. 로체스터시에 있는 세계적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이 10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올해 안건은 1900만 달러의 세금을 거두는 내용이다. 통과되면 35만 달러(약 4억8300만원)짜리 주택 소유자는 연간 348달러(약 48만원)의 재산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교육청은 물론 지역 상공회의소도 “시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 투자가 절실하다”며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 교육청, 정부 교부금 너무 의존
고교 무상교육 재원 놓고 공방
임명제·재정통합도 검토해야

규모와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도 지방교육재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전부터 길가에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윤 정부, 고교 무상교육 예산 99% 삭감’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옆을 보니 ‘중단 없는 고교 무상 교육 국민의힘이 지킨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고교생 학부모는 불안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지난 2019년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됐다. 중앙정부가 전체 재원의 47.5%를 교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5%를 지원하는 내용이며 올해 말까지만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명시됐다. 법 개정을 하지 않는 이상 중앙정부는 내년도 소요 예산(약 9400억원)을 편성할 의무가 없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비 부담 일몰(중단)은 계획에 따른 것이며 고교 무상교육 재원은 최근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교부금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이 반발하고 있으니 이 문제는 내년도 예산안 확정과 맞물려 결론이 날 것이다. 이런 논란을 반복하지 말고 뭔가 대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경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앙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시도 교육청에 배분된다. 중앙정부의 세수 호전으로 교부금 총액은 2019년 55조원에서 지난해엔 75조원으로 20조원이나 증가했다. 이 돈은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만 써야 한다. 이렇게 별도의 주머니를 갖게 한 덕분에 안정적인 교육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초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구조에선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초·중등 교육에 과잉 투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꼭 필요하고 시급해서 쓰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늘어난 예산을 합리화하기 위한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34배, 중고생은 평균의 1.5배 수준이었다. 반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회원국 평균의 64%에 그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545만 명이던 초·중·고등학생 수는 올해 513만 명으로 줄었고 5년 뒤인 2029년에는 427만 명으로 감소한다. 학생 수가 준다고 학급을 그만큼 줄일 수는 없지만, 학생 수 감소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시도 교육청 입장에선 올해로 일몰이 되는 담배소비세의 지방교육재정 전입을 연장하는 것도 큰 문제다. 내국세 수입이나 일몰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받는 대신, 지난해 감사원이 제안한 대로 경제성장률에 따라 지금보다 완만하게 교육재정을 늘려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교육 자치를 하겠다면 재원 조달도 일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 정도는 아니라도 지방의회가 조례로 지방교육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세율을 높이면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세금이 조금 많다고 주민이 그 지역을 떠날 위험이 적은 서울과 경기도부터 시도해 보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교육감이 자치단체장과 협의하고 지방의회, 납세자를 설득해야 한다. 논쟁이 일어나고 관심도 높아진다. 이게 제대로 된 교육 자치 아닌가.

이게 아니라면 일본처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 시도지사가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의 재정을 통합하면 된다. 물론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는 지역 주민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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