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뉴스터치] 디딤돌 대출과 샤워실의 바보
오락가락 정부 정책을 비판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샤워실의 바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그의 책 『선택할 자유』에서 언급한 것으로 정부의 널뛰기식 경기 대응이나 성급하고 어설픈 경제 정책을 비판할 때 쓰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정부의 디딤돌 대출 정책에 대해 “정부 정책이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그야말로 샤워실의 바보 같다”며 “주택 마련의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디딤돌 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무주택 서민을 상대로 낮은 금리에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대출 상품이다.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신혼부부나 신생아 특례 대출은 소득과 주택 가액 기준이 좀 더 높고, 대출액도 많다.
디딤돌 대출을 둘러싼 혼란이 빚어진 건 정부의 기습적인 대출 한도 축소 때문이다. 정책 대출이 가계 대출 급증을 주도하며 그 관리를 위해 전격적인 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 제한에 나서자, 매매와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과 한 달 전에 “정책 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만큼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원성도 컸다.
결국 박 장관은 어제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를 둘러싼 혼선을 사과하고 비수도권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대출은 서민들을 위한 주거 사다리다. 정부의 설익은 정책이 사다리 걷어차기가 돼서는 안 된다.
하현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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