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AI는 사고력이 있다
과학소설가 테드 창은 인공지능(AI)에 지능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국내 강연에서 ‘AI’ 대신 ‘응용통계’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한국 전문가 중 상당수도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AI가 코딩 같은 기술에는 뛰어나지만, 사람에게 내놓는 글은 방대한 웹 자료를 처리한 결과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를 반박하는 사례를 필자는 최근 접하고 있다. 챗GPT에 영어 원문을 주고, “다음 글에서 문맥상 틀리게 서술된 부분을 찾아내라”는 문제를 여럿 냈다. 사고력이 필요한 종류의 문제였다. 특히 원문을 쓴 세계적인 학자·저술가도, 그 글을 편집한 출판사도, 수많은 독자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래서 길게는 수십 년간 바로잡히지 않은 오류를 집어내라는 질문이었기에 응용통계로는 풀지 못할 유형이었다.
문제 중 하나를 소개한다. 제시 지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중 한 문단. 힌트:“문맥에 비추어 정반대로 쓰인 단어가 있다.” 지면 제약으로 여기엔 다음 두 문장만 인용한다. “영국은 인도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그러한 절차(행정적 대학살_필자 주)들을 고의적으로 거부했다. 이 표현은 그런 야수적인 행위가 오직 외국 민족이나 다른 인종에 대해서만 저질러질 수 있다는 편견을 불식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챗GPT의 정답:“(전략) 영국은 인도를 비롯한 식민지에서 잔혹한 통치 수단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rejected(거부했다)가 아니라 adopted (채택했다) 혹은 employed(활용했다)와 같은 단어가 맞습니다.” AI가 발견하지 못한 오류는 ‘불식(dispel)’이다. ‘확산(disperse)’ 같은 반의어가 적합하다.
이런 문제들의 정답 10여 개 중 챗GPT는 두 개를 맞혔다. 앞으로 더 잘 풀 게 분명하다. 그럼 인간은 무슨 역량을 키워야 하나? AI의 지능을 끌어내 부릴 수 있는 고차원 사고력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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