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밸류업 훈풍 타고 주가 10만원 시대 활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10.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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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금융 시총보다도 커져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가는 연초 5만원대에서 어느새 10만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 역시 20조원을 바라본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부동산 PF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우려한다.

주주환원이 띄운 주가

시가총액 20조 육박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파죽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는 10만2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 2일 5만8800원이었던 주가는 연일 상승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시가총액 역시 가파르게 불어났다. 10월 16일 기준 19조6060억원으로 2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원메리츠’ 체제를 발표할 당시만 해도 시가총액은 2조7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증권가에서 제시한 적정 기업가치도 약 8조원에 그친다. 불과 2년 만에 시가총액이 약 7배 성장했다. 금융지주 중 시총 순위도 한 단계 올랐다. 원메리츠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 금융지주 중 메리츠금융지주 시총 순위는 4위였다. 이제는 KB금융(약 38조원)과 신한지주(약 29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국내 대표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약 19조원)와 우리금융지주(약 12조3000억원)를 앞선다.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영향이 크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1조32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단 평가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 공통된 진단이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51.2%에 달한다. 올해도 50% 이상을 목표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지난 9월에도 5000억원 규모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3월에도 5000억원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까지 2584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덕분에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에도 편입됐다. 정부는 지난 1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며,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 세제 혜택 등을 부여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높은 주주환원율을 목표로 설정하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주주를 우선하는 회사’라는 인식이 확산한 덕을 봤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 7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비용(COE)을 약 10% 수준으로 제시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다수 기업이 구체적인 자본비용이 얼마인지 주주들에게 내놔야 하는데 못 내놓고 있다”며 그와 다른 모범 사례로 메리츠금융지주의 밸류업 계획을 지목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4.44%다. 통상 ROE가 COE보다 높으면 연구개발(R&D) 등 재투자가 밸류업에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투자자 신뢰가 현저히 떨어질 때는 재투자보다는 배당을 늘리는 게 기업가치 제고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학계 진단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금융지주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지속적이고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이라며 “회사 측이 제시한 COE 10%는 국내 금융주를 고려했을 때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어 “회사 측은 이 COE에 기반해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에 도달할 때까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라며 “연속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호 리더십 효과

부동산 PF 성과 ‘변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그룹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인 조정호 회장은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이끌며 지금의 메리츠금융지주로 성장시켰다. 조 회장의 전문경영인 중용과 파격적인 보상 시스템이 성장의 밑거름으로 꼽힌다. 조 회장은 성과를 낸 경영진에 막대한 보상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그룹 전반에 철저한 성과주의를 확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정호 회장이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한 결과,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환원과 본질적 성장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반기 호실적에도 메리츠금융지주의 하반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잖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메리츠금융지주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2496억원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776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그보다 적은 1조4700억원가량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민기 애널리스트는 “메리츠화재는 보험사 가정에 따른 예상 보험금과 실제 보험금 차이인 예실차 손익 감소와 손실계약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메리츠증권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이 긍정적이지만, 상반기보다 채권운용손익 축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PF 우려가 변수로 지목된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평가 손실 우려가 있고,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증권사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는 “메리츠증권의 주력 산업이 부동산 PF 분야인 만큼, 향후 전망이 다소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해외 부동산이나 PF 충당금 이슈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하반기 부동산 PF 분야 성과가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매수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이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 상반기 실적 발표 후 다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금융지주 목표주가를 11만원 이상 제시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괴리율이 대폭 줄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 평균 목표주가는 11만4000원이다. 지난 10월 16일 종가 대비 11%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잇따른 대규모 거래에 참여하며 기업금융(IB)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유지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실적 호조가 곧 주주환원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금리 하락으로 캐피털 조달비용 하락, 증권 실적 개선 등이 예상돼 반색할 만한 요인이 여전히 남은 상황”으로 분석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모범생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하고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상향했다. 10월 16일 종가 대비 26%가량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봤다. 임 애널리스트는 “올해 예상 ROE는 24%, 최소 주주환원율 50%에 달한다”며 “안정적인 이익 흐름 등을 감안할 경우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는 정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상반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총 주주환원 수익률은 7.3%로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밸류업 관련 투자 기회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최적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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