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고쳐야 K증시 반전...K증시 고전 면할까 [MONEY톡]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10.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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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 한국영화, 한국음식에 이어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자 한국문학까지 전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다. 그야말로 K열풍이다. 그런데 이 영역에서만큼은 전 세계서 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바로 증시다.
올해 들어 한국 코스닥지수는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쭉 수익률이 꼴찌였다. 코스피지수 역시 글로벌 지수 하락률 4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등 주요 증시가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의 부진은 더 극명해진다. 잘 나가는 한국, 증시에서만큼은 왜 이럴까.

무엇보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이 심각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은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25년간 국내 1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무너지니 국내 증시가 잘 될 리가 없다. 이는 한국산업의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기·환율 민감도가 높은 반도체·자동차에 편중된 자본집약적 산업 구조가 고착화한 가운데 우리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이후 ‘스타 기업’이 실종된 지 오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셀트리온, KB금융, 포스코홀딩스, 네이버 등이 자리한다. 삼성전자는 물론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를 빼면 최근 수년간 10위권 내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반도체는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중후장대(대형 제조사업)는 전문가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 반면, 대만과 인도 등은 민관 부문 유기적 협업으로 대표 기업 교체 등 경제 체질 변화가 상시 진행 중이다.

국내 증시만의 어두운 면이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부실공시는 증시 불신을 증폭시키는 ‘고질병’이다. 최근 금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리튬 광산 생산 실적 전망을 대폭 축소하며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투자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해 5월 금양은 몽골 광산개발 회사 몽라(Monlaa LLC)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금양은 해당 투자로 매출액 4,024억 원, 영업이익 1,609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시 다음 날 금양 주가는 18% 올랐다. 그러나 지난 9월 27일 금양은 몽골 광산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4,024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1,610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정된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 전망치의 각각 1.4%, 0.8%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런 식의 부실 공시는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감을 쌓게 만든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떠다니는 불확실한 정보도 국내증시 불신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유튜브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된 주식 관련 영상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콘텐츠는 국내 단타 투자를 부추긴다. 2020년 이후 당일 매매(데이트레이딩) 비중은 코스피 40%, 코스닥은 55% 수준으로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높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올해 내내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민주당 당론이 유예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이벤트를 등에 업고 언제든 우리 증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단 점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Word 명순영 기자 Illust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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