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카를로스 클라이버, 손으로 음악을 만들었던 지휘자"

박병희 2024. 10. 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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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프레드 호네크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
오는 26일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연주회 지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오자와 세이지,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클라우디오 아바도….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만프레드 호네크는 지난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설적인 지휘 거장들의 이름을 줄줄이 언급했다. 빈 필하모닉에서 연주자로 일했던 덕분에 여러 지휘 거장들로부터 지휘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카라얀은 굉장히 정제된 소리를 추구했고, 번스타인은 연주자들이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요시했다. 테크닉적으로 완벽했던 지휘자는 오자와 세이지였다."

호네크가 가장 좋아한 지휘자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였다. "손짓 하나로 (표현하려는) 음악 자체를 명확하게 다 보여줬다. 음악을 손으로 만들어내는 느낌을 받았다."

호네크는 "음악은 마음을 얘기하는 것이고 악보를 어떤 감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연주 테크닉의 그 다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만프레드 호네크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감독과 김한 파리 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사진 제공= 서울국제음악제]

호네크는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폐막 연주회를 지휘한다. 류재준 SIMF 예술감독이 작곡한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과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호네크는 음악 애호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웠다. 1983년 빈 필에 비올라 연주자로 입단했다. 빈 필은 베를핀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는 연주단체. 상임 지휘자 없이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객원 지휘를 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원들은 여러 지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지휘자들이 각자 확연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게 보였다. 지휘자들 각자의 다른 스타일에 음악이 달라지는 게 멋있었다."

호네크는 빈 필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며 계속 지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1991년 악단을 뛰쳐나왔다. 당시에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감사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지휘자로서의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당시 아이도 3명 있었고 빈 필 연주자로서 안정적인 소득을 벌 수 있었는데 빈 필을 떠나는 것은 굉장히 위험도가 높은 결정이었다. 나의 마음을 따라가는 결정을 했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빈 필에 입단한 3살 터울의 동생 라이너 호네크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여전히 빈 필에서 활동 중이다. 동생 라이너는 1993년 빈 필의 악장이 됐으며 30년 넘게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SIMF 폐막 연주회에서 연주할 류재준 예술감독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연주에는 김한 파리 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이 협연한다.

김한은 과거 류재준 감독의 클라리넷 소나타와 클라리넷 오중주를 연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류재준 감독은 관객의 입장에서 음악을 작곡하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며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연주할 곡에 대해 "2악장에서 어리고 순수한 아이가 알프스 초원에서 뛰어노는듯한 그림이 떠오른다"며 "멜로디에서 순수성이 느껴지는데 점점 발전하면서 낭만적인 멜로디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호네크는 "새롭게 작곡된 곡을 연주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며 "악보를 봤을 때 작곡가가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 좋았고 그 다음에는 많은 캐릭터들을 볼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호네크는 2007년 1월부터 피츠버그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휘자의 악기는 오케스트라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면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 어느정도 할 수 있고, 어떤 걸 의도하는지 알게 된다. 이처럼 서로 아는 상태에서 함께 연주를 하면 다른 차원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는 6년 전에 피츠버그 심포니를 떠날지 고민했지만 결국 좀더 오래 함께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했다. "6년 전 고민할 때 단원들이 면담을 신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단원들이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시간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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