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인터뷰 | ‘논객’ 전원책의 보수 재건론

2024. 10.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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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위기....70대, TK 등돌리면 정권 무너진다” _최현목

“김건희 디올백 수수, 입이 10개라도 할 말 없어, 당장 사과해야”
한동훈 공격하라고 사주했다? “대통령실, 나사가 빠져 있어…”
“尹, 정권 명운을 엉뚱한 데 걸어… 하루빨리 플랜B를 찾아야”
“영국 보수당처럼 보수위원회 만들어 미래 보수 세대 길러내야”

"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엉뚱한 데 걸었어요. 이건 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보수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단 말이에요. "
10월 5일 서울 서초구 사무소에서 만난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 등 보수 진영을 둘러싼 거의 모든 이슈와 관련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사무소에서 “야권이 디올백 사건으로 특검한다는 것은 코미디지만, 문제가 있다면 김건희 여사를 사과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현재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은 차치하고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과연 보수 진영은 이 엄혹한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전 변호사는 “하루빨리 플랜B를 찾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권의 명운을 왜 의대 정원 확대에 거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무릅니다.

“한마디로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죠. 자칭 보수인 사람들도 윤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70대와 대구·경북마저 돌아선다면 위험해지는 거죠.”

윤 대통령은 왜 인기가 없을까요?

“갤럽 여론조사에서 시종일관 부정 평가의 원인 1위는 경제·민생·물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1위가 ‘의대 정원 확대’로 바뀌었어요. 윤 대통령이 어디서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정권의 명운을 엉뚱한 데 걸어버린 거예요. 이건 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보수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단 말이에요. 보수정당 대통령으로서 개혁을 제대로 해낸 것도 없습니다. 만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우리나라 노동 경직성을 풀어내는 노동개혁에 성공했다면, 지금 길거리에 화염병이 날아다닌다고 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지는 않았을 겁니다.”

낮은 지지율에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영향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윤 대통령이 어리석다는 거예요. 예컨대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건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야권이 디올백 사건으로 특검한다는 것은 코미디지만, 그리고 명품백 전달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 등이 파놓은 함정에 걸린 것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김건희 여사를 사과시켜야죠.”

여권에서는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최종 부결된 가운데 여당 내에서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의혹,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으로 여권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연봉이 3억원 정도인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위원 자리를 골라서 갔다는 것 아닙니까? 그 보도를 접하고 기가 막혔어요. 이건 우리나라에 공공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공기업 등에 (대통령실 출신) 낙하산이 수북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유는 이런 일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최근 김대남 전 행정관과의 ‘5시간 녹취’를 공개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인 지난 7월 10일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측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텔레그램 메시지 무시 논란’을 거론하며 “너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아주 여사가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 7시간 통화, 디올백 사건, 김 여사 관저 주변 심야 산책 등을 기획·보도한 매체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2022년 제20대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조직국장으로 활동할 당시 모습. 최근 국민의힘은 김 전 행정관이 온라인매체 측에게 한동훈 대표를 공격하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혼란에 빠졌다. [사진 김대남 페이스북]


김 전 행정관과의 통화 녹취 내용을 공개한 곳도 〈서울의소리〉입니다.

“벌써 네 번째죠. 대선 직전인 2022년 11월에 공개된 7시간 통화는 사실 파장은 있었지만, 특별히 마이너스가 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스캔들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 전 행정관은 특별한 커리어를 가진 것도 아닌데 공기업 상임감사로 갔고, 그걸 본인이 자랑처럼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김 전 행정관 뒤에 보이지 않는 끗발이 있다, 뒷배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요? 저는 이 뒷배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대남 전 비서관 뒷배 반드시 밝혀야”

공개된 통화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을 ‘꼴통’이라고 표현하는 등 대통령실 출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동훈 대표에 대해서는 ‘배은망덕한 XX’라고 욕도 했죠. 이걸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제가 정확히 표현할게요. 대통령실이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4월 총선 때 김 여사가 사전에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배제 사실을 알고 명태균 씨에게 이를 알렸고, 김 전 의원에게도 텔레그램을 통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후 추진하는 상설특검에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담을 방침이다.

공천 개입 의혹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공천 개입 의혹의 경우에는 수상한 점이 있다고 봐요. 가령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친윤계를 통하면 될 일인데 직접 연락을 했다? 그건 아닐 거란 말이죠. 대화 내용도 보면 ‘내가 힘을 쓰겠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를 알게 됐다는 건데, 어느 후보든지 대선 때는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 특검을 추진하는 한편 김 여사 관련 추가 의혹에 대해서 개별 특검법도 추가로 발의하는 이른바 ‘쌍끌이 특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합니다.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탄핵을 언급하는데, 우리는 탄핵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특검과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든 상쇄하기 위함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탄핵을 말하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죠. 문제는 레임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모습.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최종 부결됐지만, 여당 내에서 4표의 이탈표가 나오는 등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대선 방송인 KBS 〈정치합시다2〉에 출연해 윤석열 당시 후보를 지지하셨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유시민 작가와 정말 많이 싸웠죠. 그때 저는 ‘이번 대선은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선택하자’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면서 우리 보수를 궤멸시킨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민주당 지지자도 윤석열 후보를 찍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우리 모두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선택한 겁니다. 이러니까 정권 출범 때부터 지지자보다는 반대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동훈 대표 주변에 아첨하는 사람 많아”

정치권에서 강 대 강 대치가 벌어지는 이유일까요?

“윤 정권이 정상적인 정권이었다면 임기 중반인 지금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2년 반을 낭비해버리는 바람에 길을 놓친 것 같아요. 가령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첫날부터 노동개혁에 나서 성과를 냈죠. 그런데 우리는 노동개혁에 입문조차 못 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 정권도,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플랜B가 없다는 점입니다.”

한동훈 대표가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요?

“일부 시사 주간지는 한 대표를 미래 권력이라고 쓰는데 저는 아니라고 봐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한 대표는 자기 상표를 못 만들어내요. 자기 상표가 셀카 찍는 건 아니잖아요. 비록 말도 안 되는 상표지만, 이재명 대표도 ‘기본 시리즈’ 같은 자기 상표를 갖고 있어요. 한 대표가 지난 총선 때 하루에 전국 7~8곳을 다니면서 하던 말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입니다. 누가 이재명 대표 재판받고 있는 걸 모르나요? 조국 대표가 징역 2년 선고받은 걸 모릅니까? 대중은 한 대표가 뭔가 보여줄 거라고 생각해서 집권여당 대표로 선택했는데, 다른 정치인들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한 대표는 아직 젊잖아요. 정치적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물러날 때입니다. 이 상태로는 대선에 나가봤자 안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10·16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하기로 결정했다.


왜 이조 심판론을 꺼내들었을까요?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거죠. 자기 눈에는 이재명 대표든, 조국 대표든 다 같은 범죄자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선거판에서는 이조 심판론 같은 것들이 안 먹힙니다. 자기 상표를 제시해야죠. 저는 국민의힘이 지난 4월 총선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은 한 대표 탓이라고 봐요. 그런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장 사표 냈다가 열흘 정도 후에 당대표에 출마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졌을 때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기현 전 대표를 쫓아낸 장본인이 말이죠.”

통상 정치인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잠행 기간을 갖는데 반해 한 대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아첨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요. 친한계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한 대표 곁에서 듣기 좋은말만 하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 한 대표는 아직 정치에 ‘ㅈ’자도 몰라요. 공부를 더 해야 하고, 공사 구분도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공사 구분이요?

“예컨대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보면 한 대표가 얼마나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 진종오 의원과 아무리 친하더라도 비례대표에 집어넣는 것도 모자라 최고위원까지 시켰습니다. 대통령을 서포트해주는 집권여당의 대표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가령 김예지 의원은 두 번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시켜줬는데, 그렇게 하려면 명분을 명확히 밝혀야죠. 왜 김예지 의원이 22대 국회에 필요한지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해야죠.”


“한동훈은 대안 못 돼… 새 보수 세대 길러내야”

우리 정치판에서는 총선 후 항상 공천을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당의 강령과 정강·정책을 한 번이라도 밑줄 쳐가면서 읽은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소명 의식 없이 줄 잘 서고, 아부 잘해서 국회의원이 되면 안 되죠. 어느 순간부터 우리 정치판에 아첨과 아부가 일상화돼 있어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10·16 재보궐선거 이후 독대하기로 결정했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이 윤 대통령을 설득해 독대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천 개입,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 등으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윤 대통령 독대 요청은 어떤 목적이 있다고 보시나요?

“핵심 키워드는 김건희 여사 문제라고 봅니다. 두 번째가 의·정 갈등일 것이고요.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사과를 이끌어낸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겁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밉겠죠. 김 여사가 디올백 사건으로 사과하겠다는 문자를 한 대표가 무시한 소위 ‘읽씹’ 사건은 제가 보기에 김 여사 쪽에서 흘러나온 게 아닙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 대표는 이미 선을 넘어버렸어요. 그리고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주변에 일종의 (대선) 캠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사무소에서 “영국 보수당처럼 보수위원회를 만들어 인재를 찾아내고 정책도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했다. 최영재 기자


한 대표가 대안이 될 수 없다면, 보수 진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플랜B를 준비하는 게 시급합니다. 제가 최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보수위원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영국 보수당처럼 보수위원회를 만들어 인재를 찾아내고 정책도 만들어내야 합니다. 203040세대 중 보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포함해 우리가 새로운 보수 세대들을 길러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가를 이끌어가는 것은 보수잖아요. 우리 보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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