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쓴 곳, 직접 와보니

운민 2024. 10. 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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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요람,이집트를 가다-5] 누비안 문화가 서려있는 아스완으로 가다

[운민 기자]

▲ 화려한 올드카타락호텔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올드카타락호텔
ⓒ 운민
고대 이집트는 중국처럼 화이(華夷)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들이 사는 땅은 케메트(검은 땅)이라 불렸으며 리비아, 팔레스타인, 누비아 인들과 자신들을 구분 지어 폐쇄적인 사회를 오랜 기간 누려왔다.

신왕국시기를 거치며 점차 쇠락한 이집트는 중국처럼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리비아인들이 그러했으며 남부의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알려진 누비아 역시 상당기간 이집트를 지배했다.

이후 아시리아에 의해 다시 그들이 살던 땅으로 돌아간 그들은 이집트의 문명을 숭모했지만 근대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이집트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아스완은 누비아의 색채가 여느 도시보다 강렬한 곳이다.

수단과 가깝고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누비아 인들의 외모는 이집트인의 외형보다 아프리칸의 특성이 다분하다. 국경이 머지않은지라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며 특유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최근 수단 쪽의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검문을 더욱 강화했다.

카이로에서 천 킬로 가까이 떨어진 지역이라 수많은 방문객들은 비행기 또는 기차로 아스완을 방문한다. 기차는 비행기에 비해 시간도 들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지만 '낭만'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많은 여행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물론 외국인은 이집트인과 철저히 분리되어 오직 침대칸만 구매 가능하다.
▲ 아스완역 종점인 아스완역에 정차한 열차,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스완을 방문하고 있다.
ⓒ 운민
남국의 열기는 카이로보다 더욱 강렬하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방인은 대게 여행목적으로 오는 것임을 알기에 상인과 택시기사의 호객행위는 경매에 붙여진 장물처럼 치열하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익숙해지면 이 도시가 얼마나 낭만적인지 머지않아 깨달을 것이다. 푸른 나일강을 따라 흰 돛대가 펄럭이는 펠루카와 그 너머 펼쳐지는 사막지대, 섬마다 고대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신전들, 아프리카의 컬러풀한 원색이 인상적인 누비아 전통 집들까지. 이 도시의 매력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배를 타고 아스완까지 내려와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부터 급류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지명을 뜻하는 cataract이 폭포로 번역되어 나일강 제1폭포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폭포가 아니라 급류에 가깝다.

이 지명에서 유래되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호텔이 지금도 나일강변에 남아있다. 올드 카타락 호텔이라 불리는 이 호텔은 영국의 유명한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비롯 윈스턴 처칠,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수많은 저명인사와 연을 맺고 있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호텔의 스위트 룸에 머물며 '나일강의 죽음'을 집필했단다.

해 질 무렵 나일강 석양... 120여 년 된 호텔이 왜 사랑받는지 알겠다
▲ 올드카타락호텔 올드카타락호텔은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 운민
1900년대 초에 만들어진 이 호텔은 인테리어와 정원이 화려했던 그 시절 그대로다. 제국주의의 침탈이 극심해질 무렵 유럽의 부르주아들이 이곳에 모여 연회를 펼쳤을 것만 같은 상상이 현실처럼 펼쳐진다.

해가 질 무렵 나일강이 바라보이는 의자에 기대 비현실적인 주홍빛 석양을 바라보면 왜 이 호텔이 지금까지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궁해서 이 호텔에 숙박하기 힘든 배낭여행객들이라도,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구매하면 부설된 바에 앉아 비현실적인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평화로운 마을 아스완은 1900년대 초부터 큰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나일강 상류에서 흘려온 물은 매년 9~10월 홍수로 범람해 이 땅을 비옥한 옥토로 만들어 주었으나 이를 통제하기 위해 댐을 건설했다. 이는 현재 로우댐이라 불리며 길이 2km, 높이 50m, 저수량 50억 톤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나세르가 이집트에 집권하면서 본격적인 확장공사가 진행되었다. 소련의 지원으로 1971년 완공된 하이댐은 제방길이 3.6km, 높이 111m, 저수량 1,570톤에 달하는 세계최대규모로 소양강댐의 59배에 달한다. 수력발전, 수자원의 측면에서 이집트는 많은 이익을 거두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 아스완의 낭만적인 석양 아스완의 나일강에 내리는 낭만적인 석양
ⓒ 운민
10만 명의 누비아 인들이 거주지를 잃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으며 강변에 산재한 신전을 비롯한 수많은 유적들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람세스 2세가 건설한 아부심벨 신전과 필레신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유네스코와 전 세계의 기금이 모여 이 신전을 안전한 곳으로 이전했으며 이를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탄생되었다. 여러 사연을 지니고 있는 하이댐은 현재도 이집트인의 자긍심으로 남았다.
▲ 나세르호 하이댐에서 바라보는 나세르호 앞에 보이는 신전은 칼샤브샤 신전이다.
ⓒ 운민
아스완을 방문하면 아부심벨이나 나일강 크루즈를 탑승하기 전 이 도시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day투어를 하게 되는데 반드시 빠지지 않는 명소가 하이댐과 필레신전이다.

필레신전은 아부심벨과 묶어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고 공항에서 가까운 하이댐을 먼저 가보도록 하겠다. 이 댐은 입장료만 지불하면 그 위로 난 도로를 통해 전망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전망포인트에 서서 앞, 뒤로 펼쳐지는 강과 호수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동안 경험했던 상식이 무너질 만큼 그 광활함이 느껴진다.

예전 나일강이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나세르호라 불리는 광활한 호수는 200km 남쪽으로 떨어진 아부심벨까지 뻗어있다. 우리에겐 나일강 크루즈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곳 하이댐에서 출발해 아부심벨까지 4박 5일 동안 진행하는 크루즈 프로그램이 있다.

가는 길에 위치한 신전도 방문한다 하니 차후 다시 방문할 여지를 남겨둔다. 어느덧 노을은 강에 맺혀있고 새벽에 출발하는 아부심벨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숙소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강의, 기고, 프로젝트는 ugzm@naver.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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