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연패' 삼성, 대구서도 쉽지 않다

양형석 2024. 10. 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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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박3일간 열린 1,2차전에서 연패, 안방에서 반격 시작?

[양형석 기자]

역시 호랑이 굴에서는 '백수의 왕' 사자도 힘을 쓰지 못했다. 2박 3일에 걸쳐 광주 KIA챔피언스리그에서 열린 2024 한국시리즈 1,2차전은 KIA 타이거즈의 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이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경우는 총 20번이었고 그 중 18번은 1,2차전 승리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타이거즈가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90%의 높은 확률을 선점한 셈이다.

삼성으로서는 1-0으로 앞서던 22일 1차전이 비로 인해 '서스펜디드 경기'로 연기된 것이 대단히 아쉬웠다. 삼성은 24일 6회초 무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경기를 이어갔지만 흐름이 끊어진 상황이었고 추가 점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다승왕 원태인이 등판한 1차전에서 허무한 역전패를 당한 삼성은 2차전 선발 황동재가 1이닝을 버티지 못한 2차전도 3-8로 내주고 말았다.

이제 삼성은 안방인 대구로 돌아가 반격을 노려야 한다. 그나마 23일에 내린 비 때문에 3차전에 플레이오프 MVP 데니 레예스, 4차전에 다시 원태인이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은 삼성에겐 큰 호재다. 하지만 간판타자 구자욱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4경기에서 단 5득점에 그친 삼성의 타선이 깨어나지 않는 한 대구에서의 반격은 결코 쉽지 않다.

역대 가장 놀라웠던 한국시리즈 업셋

'계단식 포스트시즌'을 도입하고 있는 KBO리그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를, 준플레이오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와 격돌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린다. 이론적으로는 가을야구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정규리그 5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2001년 이후에 열린 23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플레이오프 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한 팀이 정규리그 우승팀을 꺾고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경우는 단 3번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도 정규리그 3위 두산 베어스가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 한국시리즈는 역대 가장 놀라운 이변이 일어났던 한국시리즈로 기억되고 있다.

2001년 당시 삼성은 에이스 임창용(14승)을 비롯해 영건 배영수(SSG랜더스 2군 투수코치,13승), 김진웅(11승), 발비노 갈베스(10승)까지 무려 4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에 두산은 불펜투수 이혜천과 마무리 진필중이 나란히 9승을 기록했을 뿐 선발 투수 중에는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마운드의 힘으로는 삼성의 확실한 우위를 예상할 수 있는 시리즈였다.

하지만 결과는 두산의 4승2패 승리였다. 1차전을 4-7로 패한 두산은 2차전부터 방망이가 불을 뿜으면서 반격을 시작했고 2차전 9-5 승리에 이어 3차전도 11-9로 승리하면서 시리즈의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그리고 두산은 시리즈의 중요한 고비였던 4차전에서 3-8로 뒤져 있던 3회 말 김동주의 만루홈런을 포함해 무려 12득점을 폭발하는 엄청난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18-11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5차전 14-4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6차전에서 5-6으로 패하며 또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그 해 12월 SK 와이번스와의 6:2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오상민과 틸슨 브리또를 영입했고 FA 계약을 통해 양준혁을 다시 불러오며 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리고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풀었다.

코너 빠진 마운드와 구자욱 없는 타선

정규리그에서 2위를 기록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디펜딩 챔피언' LG를 3승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통산 18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자 2015년 이후 9년 만에 밟는 한국시리즈 무대였다. 물론 삼성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타이거즈를 세 번 만나 모두 패했지만 양 팀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것은 양준혁과 이종범이 파릇파릇한 신인이었던 1993년이었다.

이후 삼성은 7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KBO리그의 대표 명문 구단으로 떠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올라오면서 사기도 한껏 올라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1,2차전에서 4점을 뽑는 동안 KIA에게 13점을 허용하면서 90%의 확률을 내주고 말았다. 무엇보다 1차전에서는 불펜, 2차전에서는 선발이 무너지면서 마운드 싸움에서 KIA에게 크게 밀렸다는 점이 뼈 아팠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11승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삼성은 코너의 이탈에 좌완불펜 부족으로 이승현을 불펜으로 돌리면서 사실상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레예스와 원태인 밖에 없었다. 1차전 패배 후 모든 것을 쏟아야 할 2차전에서 삼성이 프로 통산 2승에 불과한 신예 황동재를 선발로 내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타격에서는 주장이자 간판타자 구자욱의 부재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삼성은 구자욱이 선발 출전했던 플레이오프1,2차전에서 8개의 홈런을 폭발하며 2경기 연속 10득점을 올렸지만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는 4경기에서 단 5득점에 그치는 빈타에 시달렸다. 결과적으로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구자욱의 이탈로 인해 삼성 타선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구자욱의 한국시리즈 선발 출전이 힘든 삼성으로서는 레예스와 원태인이 등판하는 3,4차전에서 반드시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원태인이 호투했던 1차전에서 추가 점을 내지 못하고 불펜이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당했던 만큼 대구에서 열리는 3,4차전 역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가긴 쉽지 않다. 과연 박진만 감독은 대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삼성을 구해낼 묘수를 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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