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부러움을 다스리는 법

2024. 10.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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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요리계급전쟁:흑백요리사’를 재미있게 보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미 명성을 획득한 백수저 요리사와 키워드로만 불리는 무명의 흑수저 요리사 사이의 긴장감이었다. 백수저를 바라보는 흑수저 요리사의 눈빛에 담긴 선망, 이겨서 나도 이름을 얻고 말겠다는 열망, 그리고 어쩌면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을 읽었다. 백수저 요리사라고 긴장감이 없을 수 없다. 심사위원을 해도 될 법한 경력과 명성을 갖고도 경연에 출전한 백수저들은 이겨야 본전이고, 초반에 탈락하면 창피만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연이 진행되면서 계급을 떠나 서로 응원하면서 배우고 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부러움 느끼면 드러내 칭찬하고
부러움 받으면 소통에 더 힘써야
동료와의 협업이 조직 성과 좌우

김지윤 기자

부러워하는 자와 부러움 받는 자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감정 중 하나가 부러움이다. ‘건강한 부러움’은 선망이고 ‘건강하지 못한 부러움’은 시기와 질투다. 선망이 대상을 닮으려는 긍정에너지로 전환된다면 시기는 대상을 끌어내리려는 부정에너지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조직 구성원 사이의 ‘부러움’은 팀워크나 정보 공유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조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러움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출해서 긍정에너지로 바꿀 것인지, 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것인지 관심을 갖게 된다.

부러움은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생긴다. 비교는 자신이 어디쯤 위치하는지 파악하려는 본능적 행동으로, 대체로 자신보다 더 나은 대상을 기준으로 삼는 ‘상향비교’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과 가깝거나 공통점이 많은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선택한다. 어린 시절에는 형제자매가, 학창 시절에는 친구가, 직장에서는 동료가 그 대상이 된다. 자신이 갖지 못한 재능을 가진 동료, 상사의 인정을 받는 동료,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동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선배를 제치고 고속승진하는 후배라면 주변에 선망과 시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부러움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동료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부러움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동료에게 느끼는 부러움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동료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너의 장점을 배우고 싶다’는 태도로 칭찬하고, 그 동료가 없더라도 진심으로 칭찬하려고 노력해보자. 그렇게 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짐을 느낄 것이다. 멋진 동료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러움의 대상인 동료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은 동료와의 관계가 혹여 불편해질까 봐 걱정할 수 있다. 이때 동료가 진심으로 자신을 인정해주면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면 두 사람의 관계는 도움을 주고받아 한 팀으로 일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서로에게 배우고, 성과를 내면서 결국 모두에게 긍정에너지를 줄 수 있다.

자칫 부러움의 대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사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상을 뒷말하면서 끌어내리고 싶은 유혹은 얼마나 강렬한가. 하지만 이를 경계해야 한다. 한번 험담하고 나면 그 동료와 잘 지내기가 어려워지고 팀워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건강하지 못한 부러움을 품고 있는 동안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부러움을 받는 사람은 어떻게 동료의 ‘시기’를 피하고 협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부러움의 대상이 된 사람은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대체로 인지한다고 한다. 동시에 동료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데 겸손하려다 못해 ‘자기 비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과 같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직장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런 편이다.

부러움의 부정적 효과는 동료들이 정보공유를 꺼리고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주변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면 동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경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고, 경청하고, 또 의견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면 소통이 원활해진다.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조언을 경청하고 성장을 돕는 동료를 ‘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자신의 성장에 집중해왔다면 이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시라. 팀원일 때는 혼자 빠르게 가는 것이 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리더가 될수록 동료와의 협업이 조직의 성과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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