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민주당의 롱패딩 소환

문병주 2024. 10.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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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영하 1.1도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기간 중 유일하게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를 기록했다. 1월 말에는 서울 기온이 영하 14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몰아쳤다. 여기에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면서 패션 업계가 술렁였다. ‘롱패딩’ 특수를 맞은 것이다.

2018년 11월 2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열린 고3 문화축제에 참석한 학생들 상당수가 롱패딩을 착용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 롱패딩이 대중적으로 소개된 건 1994년 MBC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였다. 당시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이 입은 ‘벤치 코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제적으로는 1955년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어가 공장 직원들을 위한 방한복으로 제작한 외투가 원조로 여겨진다. 이 회사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겨울올림픽에서 자국의 알파인 스키팀 유니폼을 후원했는데,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이를 계기로 대중화됐다.

국내에서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롱패딩은 한 벌쯤 있어야 하는 외투로 자리매김했다. 강추위까지 겹쳤던 2017~2018년 겨울철 패딩 판매량의 약 30%(300만점)가 롱패딩이었을 정도다. 특히 교복을 입는 학생들에게 롱패딩은 필수템이 됐고, 브랜드 간 경쟁까지 겹치면서 학부모들에게는 ‘등골 브레이커’ 아이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하지만 다음 겨울부터 기온이 오르고 겨울올림픽 열기도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엉덩이를 살짝 덮거나 허리까지만 커버하는 숏패딩을 선호하게 됐다. 올겨울을 맞아 패션 업계는 지난 몇 년과 마찬가지로 롱패딩보다는 숏패딩이나 코트류의 아우터를 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하락한 롱패딩을 정치권이 소환했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며 겨울 장외투쟁 의지를 밝혔다. 전날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반응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열릴 장외집회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라고 부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15일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 1심 선고, 다음 달 25일 열리는 위증 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방탄 집회’라고 반박한다. 민주당이 집회를 이어가면서 탄핵 여론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지나면서 기온은 떨어지고 있다. 장외집회가 시작되면 거리의 추위에 맞서기 위해, 혹은 상징적으로라도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롱패딩은 필수템이 될 것 같다. 당정 갈등을 바라보는 싸늘한 국민의 시선과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에 직면한 용산과 여당에도 심리적 롱패딩이 필요해 보인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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