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상철도 94% 지하화…‘제2 연트럴파크’ 들어선다

한은화 2024. 10.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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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일대 철도 지하화 후 지상 개발 조감도. 서울시는 2028년 공사에 착수, 2034년까지 지하화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상철도 67.6㎞ 구간을 지하화한다. 전체 지상철도 구간(71.6㎞)의 94%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이 담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국토교통부에 선도 사업지로 제안한다고 23일 밝혔다. 지하화로 얻는 지상 선로(線路) 부지 122만㎡는 ‘연트럴파크’(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와 같은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조성하고, 역사(驛舍) 부지 171.5만㎡는 업무·상업·문화시설 등으로 복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상철도 지하화는 서울시의 묵은 과제였다. 철도가 가로지르는 통에 단절되고 낙후한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 균형 발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에 번번이 발목 잡혔다. 2016년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18.84㎞) 지하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09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철도지하화 및 철도용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법 시행으로 상부 개발 이익을 지하화 사업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국가재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시행될 이 법에 따라 지자체의 제안을 받아 올해 말까지 선도 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신재민 기자

서울시가 선도 사업지로 제안하는 지상 철도 구간은 경부선 일대 34.7㎞, 경원선 일대 32.9㎞ 등 총 67.6㎞다. 경부선 일대는 경부선(서울역~석수역), 경인선(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가좌역~서울역) 구간이다. 경원선 일대는 경원선(서빙고역~도봉산역), 중앙선(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망우역~신내역) 구간이다. 총 15개 자치구를 통과하며 서울·용산역 등 총 39개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

서울시는 구간을 나누지 않고 전 구간을 하나의 사업지로 신청할 계획이다. 대신 서빙고역을 기점으로 경부선 구간부터 공사하고 이후에 경원선 구간 공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용산역 등 땅값이 비싼 경부선 구간에서 얻는 개발이익으로 경원선 구간 공사비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철도용지는 코레일 등이 소유한 국유지로, 이들 기관이 공사채를 발행해 먼저 공사한 뒤 역사용지를 매각해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약 25조6000억원으로 경부선 구간 15조 원, 경원선 구간 10조6000억 원이 들 것으로 본다. 역사부지 39곳을 매각해 얻는 개발이익은 약 31조로 경부선 구간 22조9000억원, 경원선 구간은 8조1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서울시는 “개발이익을 바탕으로 한 사업비 조달비율은 121%로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철도지하화 실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선도사업지로 선정되면 2027년까지 설계를 끝내고 2028년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어 2034년까지 지하화 공사를 마치고 지상 역사용지를 매각해 2045~2050년께 개발을 마친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이런 지상 철도 지하화 계획에, 그간 교통체증·소음 등 불편을 겪었던 해당 지역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원효로 주민들은 “효창공원앞역과 이태원을 잇는 삼각지 고가는 상습 정체구간이지만, 철도 때문에 개선이 어려웠다”며 “철도가 지하화하면 도로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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