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BM 기지' 공개…美 "북의 러 파병 증거 있다"

김상진, 김효성, 배재성 2024. 10.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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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전략미사일 기지를 시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에 이어 미국 국방장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언급하면서 “(관련)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 고위 관계자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백악관 등은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북한군이 있다는 증거가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러가) 공동 교전국이라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유럽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당국은) 지금까지 약 2500명의 북한군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라 다클랄라 나토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토 회원국들은 북한이 러시아로 군대를 파병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며 “북한 군대가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면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크게 확대되고 러시아가 최전선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미사일 기지에 가기 위해 좁은 숲길을 걷는 김정은. 이로 미뤄 기지 출입구가 은폐된 지하 격납고(사일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국정원은 23일 “현재까지 러시아로 북한군 병력 1500여 명이 더 파견돼 모두 3000여 명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1만여 명이 파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약 280만원) 수준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현황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조태용 국정원장이 이같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18일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지난 8~13일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독립 언론 아스트라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소총사단 기지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들이라고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박 의원은 “지난 국정원 발표와의 차이점은 현재 추가로 1500여 명이 더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규모는 3000여 명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원은 북한군 1만여 명이 러시아에 투입될 것이라는 상당한 근거 있는 첩보를 제시했다”며 “1만여 명 파병이 완료되는 시점은 12월께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또 “북한군 병력은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소위 최정예 11군단, 폭풍군단이 파견돼 러시아 다수 훈련시설에 분산돼 현지 적응 중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폭풍군단은 북한군 특수작전군 예하의 정예부대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에 배치됐는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북한의 파병 의도에 대해서는 북·러 군사동맹의 고착화, 유사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개입 유도, 군 현대화 가속 필요성 등으로 국정원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대규모 파병에 따른 북한 내부 동요도 감지했다. 이 의원은 “북한 당국은 러시아 파병 관련 사실을 일절 내부에 알리지 않고 있지만, 파병 개시 이후에 주민들 사이에는 ‘폭풍군단이 러시아에 파견됐다’는 소문이 유포되는 상황”이라며 “더 나아가 선발 군인 가족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등의 말까지 회자한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군인 가족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해 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김상진·김효성·배재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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