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유일 30대 수장…엔지니어 출신 [CEO LOUNGE]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0.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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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최연소 CEO’ 김규빈 토스증권 신임 대표

증권가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1989년생 김규빈 토스증권 신임 대표(35)가 주인공이다. 전임자의 뒤를 이어 제품 전문가로서 토스증권의 상품과 서비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1989년생/ 미국 카네기멜론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나노조 공동창업/ 한영회계법인/ 엔비욘드/ 이베이코리아/ 비바리퍼블리카/ 2022년 토스증권 프로덕트 오너(PO)/ 2024년 토스증권 대표이사(현) [일러스트 : 강유나]
고객 감동시키는 제품 전문가

다수 서비스 론칭 기여

토스증권은 지난 10월 10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규빈 토스증권 제품총괄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결정이다.

김 대표는 1989년생으로 30대 중반의 젊은 인사다. 국내 증권사에서 30대 CEO가 나온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 2014년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33세의 나이에 대신증권 사장에 오른 사례가 있지만,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적은 없다. 양 부회장은 대신증권 오너가 3세인 반면, 김 대표는 토스증권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합류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후 비금융 회사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대학생 시절 모바일 기반 선물 서비스 나노조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한영회계법인, 엔비욘드,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쳤다. 2020년 비바리퍼블리카에 프로덕트 오너(PO)로 합류했고, 2022년 토스증권으로 이동한 뒤 지난해부터 제품총괄을 맡았다.

김 대표의 비바리퍼블리카 합류는 토스가 사업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기와 맞물린다. 김 대표가 원하던 근무 환경과 들어맞았다. 당시 김 대표는 책임과 권한을 갖고 직접 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찾고 있었다. 김 대표 합류 후 토스는 멤버십 서비스 ‘토스프라임’과 토스 만보기 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토스증권으로 이동한 뒤 회사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김 대표가 토스증권에 합류한 2022년 1월 거래대금 기준 토스증권의 해외 주식 거래 시장점유율은 3%에 불과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3%로 껑충 뛰었다. 토스증권 커뮤니티 론칭 후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3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종목 토론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와 해외채권 서비스, PC 환경에서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도 김 대표가 토스증권 제품총괄로 있는 동안 시작한 서비스다.

대학 시절 전공과 이후 여러 회사에서의 경험이 토스증권에서의 성과 창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경력 초반부터 스스로 만든 서비스가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상당한 보람을 느꼈다. 커머스부터 광고, 증권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기본기가 김 대표를 현재 위치까지 오게 만든 원동력이다.

다양한 경험은 토스증권이 김 대표를 수장으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는 실시간 해외주식 출시와 토스증권 커뮤니티 고도화 등을 추진하며 서비스 혁신을 이끈 인물”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전력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김 대표의 최대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모델 다각화 과제

다양한 투자 상품 개발

토스증권은 전임 대표 체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거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1751억원(개별 기준)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매출액의 87%를 달성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0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3월 제시한 연간 목표치(300억원)를 넘어섰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MAU는 지난 8월 안드로이드 이용자만 집계해도 1137만명에 달한다. 증권가 MTS 중 1위다. 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위 카카오페이증권의 MAU는 377만명에 그쳤다.

증권사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기자본에서도 토스증권은 지난해 말 1612억원에서 올 상반기까지 1992억원으로 키웠다. 미래 수익 가늠자로 활용하는 예수부채 역시 성장세가 이어진다. 예수부채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묶어둔 예탁금이다. 올 상반기 토스증권의 예탁금은 9861억원이다.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해외증권 거래 시장 성과가 돋보인다.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시장에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키움증권에 이은 점유율 2위까지 올라갔다. 올 상반기 토스증권의 외화증권 투자 중개 수수료는 659억원으로 지난해 338억원 대비 92% 성장했다.

전임 대표 시절 이뤄놓은 성과가 많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와 소비자가 기대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김 대표의 최우선 과제로는 거래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토스증권의 수익 대부분은 거래 수수료에서 창출된다. 이 때문에 향후 실적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강화나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스증권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 거래 수수료에 집중된 매출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주식 시장이 부진할 때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 고도화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김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회사와 소비자 기대가 더욱 크다. 토스증권 측은 “아직 많은 고객이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B증권과 WTS 유사성을 놓고 벌이는 법정 공방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일도 중요하다. KB증권은 토스증권이 자사 WTS를 베꼈다고 주장하며, 지난 7월 토스증권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8월 열린 1차 심문에서는 KB증권이 토스증권에 1억원 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토스증권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두 회사에 3주의 추가 주장 소명 기간을 부여한 가운데, 심리는 오는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처럼 상품과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제를 안고 있는 김 대표다. 오랜 기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 접점을 늘려간 기존 증권사와 차별화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토스증권은 리테일(소매) 사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상품과 서비스, 채널 확대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모든 면에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해 고객에게 대체 불가한 가치를 제공하는 증권사로 각인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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