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당-대명소노가 몰고온 난기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0.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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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 경영권 분쟁 돌입하나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최대주주 예림당과 2대주주 대명소노그룹 간 지분 확보 경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주가 요동치는 양상이다.

티웨이항공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사진은 티웨이항공의 항공기. (티웨이항공 제공)
대명소노, 티웨이항공 2대주주로

지분 26.77% 확보해 최대주주 위협

현재 티웨이항공 대주주는 출판사 예림당 측이다. 예림당이 티웨이홀딩스 지분 39.85%를 보유했다. 티웨이홀딩스가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티웨이항공 지분을 29.97% 들고 있는 구조다.

한동안 경영권에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티웨이항공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예림당을 긴장시키는 모습이다.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면서 호텔·리조트 운영사인 소노인터내셔널(옛 대명호텔앤리조트)은 지난 6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보통주 3209만여주(14.9%)를 주당 3290원에 매수했다. 이어 8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계열사 대명소노시즌이 708억원을 주고 JKL파트너스로부터 잔여 지분 11.87%를 인수했다. 배세호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명소노그룹은 본래 9월 말까지 행사할 수 있었던 티웨이항공 잔여 지분 콜옵션을 8월 행사해 티웨이항공 경영권 확보 의지는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예림당은 올 초 JKL파트너스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최대주주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올 9월 기준 티웨이항공 최대주주인 예림당(29.97%)과 대명소노그룹(26.77%)의 지분 격차는 단 3.2%포인트에 그친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지분 5% 확보 신고를 하면서 ‘경영권 참여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측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관련주도 급등하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주가는 대명소노그룹의 지분 확보 소식이 알려진 10월 11일 하루에만 전 거래일 대비 17.81% 오른 3770원에 장을 마쳤다.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 대명소노시즌 주가도 가격 제한폭인 30%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등락을 거듭하며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 과반을 확보하려면 최소 183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양측 지분과 우리사주(3.11%), 자사주(0.1%)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40.29% 중에서 24.23%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더 뛸 경우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명소노그룹에서 현금 동원력이 좋은 계열사는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이다. 지난해 말 소노인터내셔널의 현금, 현금성 자산은 1830억원 수준. 단기 금융상품 등을 모두 합산한 유동자산은 5490억원에 달해 자금력은 꽤 넉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여러 금융사를 접촉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중”이라며 “티웨이항공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을 야금야금 늘리는 목적은 뭘까. 숙박업과 항공업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한진그룹의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와 미국, 프랑스 호텔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았다. “호텔, 리조트 사업을 해온 대명소노그룹 입장에서는 티웨이항공을 품에 안으면 항공권과 숙박을 연계한 상품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 관측이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은 평소에도 항공업 진출 계획을 내비쳐왔다. 2011년 당시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를 맡은 이후 그해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전에 뛰어든 경험이 있다. 재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내년 3월로 예정된 티웨이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등기임원 7명 중 4명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다. 대명소노그룹이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다만, 경영권 방어가 절실한 예림당은 대명소노그룹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과 관계사들이 보유한 현금, 현금성 자산은 2086억원에 달하지만 예림당만 놓고 보면 79억원 수준에 그친다.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뿐 아니라 중장거리 전문 LCC 에어프레미아의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재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에어프레미아의 2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JC파트너스가 만든 펀드)의 지분 50%를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의 잔여 지분 50%를 내년 6월 이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두 항공사를 합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녹록지 않은 티웨이항공 경영 환경

2분기 적자에 운항 지연, 결항 잇따라

변수도 있다. 티웨이항공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분기에만 21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흑자를 이어갔지만 적자로 돌아섰다. 항공유 가격이 치솟은 데다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2분기 기준 티웨이항공 부채만 1조2546억원에 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 취항하는 유럽 노선에서 여객기 운항 지연, 결항 사태가 잇따르며 이미지가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인천발 일본 오사카행 TW283편에서 장시간 지연이 발생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승객 310명 중 204명이 탑승을 포기했다. TW283편은 이륙 준비 과정에서 항공기 연료 펌프 이상 문제를 발견, 11시간 지연됐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보낼 항공기에 기체 이상이 발생하자 오사카행에 배치됐던 같은 기종 항공기를 자그레브행에 투입해 ‘바꿔치기’ 논란이 일었다.

유럽연합(EU)의 항공 규정에 따르면, 유럽 노선에서 3시간 이상 지연됐을 때 승객당 최대 600유로(약 88만원)를 보상해야 한다. 이에 비해 오사카행은 보상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체 결함을 미리 인지한 티웨이항공이 보상 금액을 줄이기 위해 자그레브행 비행기는 제시간에 보내고 오사카행을 지연시켰다는 주장이다. 티웨이항공 측은 “항공기 교체 과정에서 보상 관련 규정을 고려한 바는 없고, 자그레브공항의 야간 조업 제한 시간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는 티웨이항공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8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던 TW402편이 기체 결함으로 결항되면서 140여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이를 두고 LCC업계에서는 단거리 노선에만 주력해온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운항 경험이 부족해 국적항공사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 입장에서는 악재가 많은 티웨이항공보다는 중장거리 노선 중 알짜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확보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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