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늘어난 ‘진짜 이유’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10.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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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꼼수 절세’

서울 외곽이나 지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외딴곳에, 난데없이 100평 면적이 넘는 베이커리 카페가 나타나고는 한다.

카페를 방문해본 이라면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해도 과연 돈이 남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넓은 공간,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직원까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운영 비용을 감안하면, 멀리까지 찾아오는 고객이 굉장히 많아야 수익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고 말고는 카페 사업자에게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가게 수익이 아닌 ‘절세 효과’를 노리고자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차리는 이가 늘어나서다. 애초 토지 증여세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베이커리 카페 창업 수요가 커지는 중이다. 자녀에게 순수 토지를 증여할 때 세율은 최대 50%다. 하지만 베이커리 카페를 가업 승계하는 방식으로 증여할 경우 막대한 세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 근교에서 100평이 넘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가업 승계 제도를 활용한 ‘꼼수 절세’ 용도로 베이커리 카페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트립어드바이저 제공)
50억원 토지, 증여세는 20억원

베이커리 카페로 넘기면 4억원

일반적으로 부모에게 토지를 증여받는 경우 증여세율은 최대 50%다. 1억원 이하 자산은 세율 10%를 적용받지만 30억원을 초과할 때는 50%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50억원짜리 토지를 증여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은 20억4000만원이다. 50억원 절반인 25억원에 누진 공제 4억6000만원을 뺀 금액이다.

하지만 50억원짜리 땅 위에서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를 ‘가업 승계’하는 형태로 자녀에게 넘길 때는 세금이 ‘확’ 준다. 가업 승계에는 ‘증여세 과세특례’가 적용돼서다. 현행법은 자녀가 부모 사업을 이어받는 가업 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준다. 똑같이 50억원 토지를 증여받아도 세금은 4억원만 내면 된다. 가업 승계 증여 때는 10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고 1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율 10%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모 사망 후 상속 시에도 최소 300억원을 상속 재산에서 공제해준다.

기대 효과는 절세뿐 아니다. 자녀를 베이커리 카페 직원으로 고용해 고액 임금을 책정하는 식으로 소득을 늘려주고 근로소득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자녀가 사업 운영 경험을 얻게 되는 건 덤이다.

왜 하필 베이커리 카페일까. 가업 승계 인정 업종 중 베이커리 카페가 그나마 부모·자녀 모두 운영이 쉽기 때문이다. 현재는 제조·음식점·건설업 등이 가업 승계 업종으로 분류된다.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리 카페는 승계 업종으로 인정되는 반면 음료만 팔거나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일반 커피 전문점은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베이커리 카페가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건이 있다. 가업 승계 절세를 적용받기 위해선 부모가 베이커리 카페를 주 업종으로 하는 ‘법인’을 세워 ‘10년 이상 경영’한 후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해야 한다. 승계한 후 5년 동안 ‘사후관리 의무’도 지켜야 한다. 증여일부터 3년 내 자녀가 법인 대표이사에 취임해 5년까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 그사이 1년 이상 휴·폐업을 해서도 안 된다.

정석영 정택스플랜 대표세무사는 “이 밖에도 증여 시점 기준 부모가 60세 이상, 자녀가 18세 이상, 법인 사업자가 10년 내 조세포탈 또는 회계 부정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것 등 충족해야 할 요건이 여럿이다. 부동산 전체를 사업용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쟁점”이라며 “사후관리 기간 5년 내에 문제가 생기면 절세 혜택을 모두 부인당하는 것은 물론 이자까지 납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에도 늘어나는 베·카

가업 승계 완화 이후 ‘문의 급증’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창업 수요는 늘어나는 중이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평 넘는 베이커리 카페 사업자는 2008년 18개에서 지난해 109개까지 늘었다.

“베이커리 카페 창업 증가는 가업 승계 제도 규제 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2022년 세법개정안에서는 가업 상속 공제 한도가 100억원씩 늘었고 2023년에는 증여세 과세특례 10% 세율 적용 구간도 60억원에서 120억원까지 확대됐다. 박정환 율제 대표세무사는 “사후관리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내년부터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을 할증 평가하는 규정도 폐지될 예정”이라며 “규정 완화 이후 고액 자산가로부터 상담이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근 늘어난 모든 베이커리 카페가 절세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의심 사례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 위치한 650평 규모의 A베이커리 카페는 2020년 8500만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억5000만원까지 고꾸라졌지만 여전히 운영을 계속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땅값은 올랐다. 같은 기간 개별공시지가 기준 예상되는 부동산 차익이 1억5000만원 정도다.

정석영 세무사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창업은 리스크가 워낙 크기는 하다. 부모·자녀 모두 최소 15년 이상 베이커리 카페 운영을 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위험 요소를 웃도는 절세 효과와 부동산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는 고액 자산가 수요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고경남 신아 대표세무사는 “10년 뒤 세법이 개정될 가능성도 있어 베이커리 카페 절세 전략이 계속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감서도 도마 위…“부자 악용”

가업 상속 공제 취지 기억해야

국정감사에서도 가업 승계 공제 제도 악용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가업 상속·증여 공제가 가업을 승계 시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일부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서 이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업 상속 공제는 본래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온 사람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현재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베이커리 카페는 과세특례 업종으로 인정되지만 커피 전문점은 아무리 오래된 가게라고 해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신생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상속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업력 30년 이상 ‘백년가게’ 커피 전문점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가업 승계 공제 제도의 대상 업종을 명확히 하고, 특정 업종이 편법으로 공제 혜택을 받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제 혜택이 실제로 해당 가업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지를 엄격히 검증하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박정환 대표세무사는 “상속세 공제 한도가 28년째 그대로다 보니 가업 상속 공제를 활용하기 위해 우회적인 꼼수가 계속되는 것”이라며 “가업 승계 지원 시스템을 철저히 관리하는 한편, 합리적인 증여·상속세 개편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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