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사랑할 나이”… 종로서 열린 어르신판 ‘나는 솔로’

윤예솔 2024. 10.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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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다가도 웃고, 청소하다가도 웃고,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새어 나왔는지 몰라."

녹색 코트 차림의 83세 여성은 '굿 라이프 챌린지' 행사 참석을 신청하고 며칠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고 했다.

오후 2시, 행사장으로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루를 복지관에서 지내거나, 탑골공원 또는 동묘시장 등을 산책하며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 혼자 집에 돌아왔을 땐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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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에서 진행된 ‘굿 라이프 챌린지’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악수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다. 윤웅 기자


“설거지하다가도 웃고, 청소하다가도 웃고,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새어 나왔는지 몰라.”

23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 녹색 코트 차림의 83세 여성은 ‘굿 라이프 챌린지’ 행사 참석을 신청하고 며칠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고 했다. 이 행사는 종로구가 홀로 사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다. 참석자들은 일반인 남녀를 연결해 주는 방송 프로그램처럼 본명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불렀다. 이 여성은 ‘코스모스’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11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지내 온 코스모스씨는 “젊은 애들처럼 짝을 찾는 행사를 한다고 해 웃기고, 또 궁금했다”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러 다닐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코스모스씨는 대답할 때마다 영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코스모스씨의 친구 ‘사과’씨는 빨간 외투에 노란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사과씨는 “밝아 보이는 옷을 준비했다. 키 큰 남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23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에서 진행된 ‘굿 라이프 챌린지’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춤을 추고 있다. 윤웅 기자


오후 2시, 행사장으로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참가자 40명은 남성 4명, 여성 4명으로 한 조를 이뤄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사회자가 “우리 모두 아직 심장이 뜨겁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작업을 거시라”며 행사 시작을 알렸다. 웃음이 터진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행사는 노래 전주 3초만 듣고 제목 맞추기 퀴즈로 시작했다. 이어 ‘올가을에 이성과 같이 가고 싶은 장소’ ‘좋아하는 음식’ 등을 주제로 남녀가 대화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한 테이블에선 다섯 남매를 혼자 키웠다는 남성 참가자를 향해 “고생했다.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위로가 쏟아졌다. 이들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이야기도 나눴다. ‘유비’씨는 “그동안 사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젠 나를 위해 살아보자”며 “악기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자”고 제안했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 나누는 일대일 대화 시간엔 상대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플러팅’도 이어졌다. 출발 신호와 함께 여성 ‘비타민’씨에게 가장 먼저 달려간 ‘나인’씨는 “웃는 모습이 예쁘다”며 “처음 대화했을 때부터 서로 말이 잘 통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순서에선 참가자 ‘엘리샤벳’씨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너무 마음을 다 보여주지 말라”며 말리는 상황도 연출됐다.

23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 앞에서 진행된 ‘굿 라이프 챌린지’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윤웅 기자


이날 행사에선 여섯 커플이 탄생했다. ‘미남’씨와 ‘장미’씨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며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겠다”고 커플이 된 소감을 밝혔다.

참가한 어르신들은 “행사를 통해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하루를 복지관에서 지내거나, 탑골공원 또는 동묘시장 등을 산책하며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 혼자 집에 돌아왔을 땐 외로움을 느낀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김무일씨는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았다. 내년에도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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