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끼운 '베놈', 이번이라고 다를까
[김상화 기자]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베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히어로 코믹스의 명가, 마블의 인기 캐릭터 중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소니 픽쳐스가 판권을 지닌 작품 중 하나다. 그동안 두 편의 극장판 영화가 제작되어 많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 모은 바 있다. 그리고 마지막 3편 <베놈 : 라스트 댄스>(감독 켈리 마르셀)가 또 한번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베놈> 시리즈는 <스파이더맨> 만큼의 인기와 비평, 흥행 성적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평가는 3편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외계에서 날아온 생명체 '심비오트'가 인간을 숙주 삼아 기생하면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이야기를 나름 녹여내긴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라이벌 중 하나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단독 시리즈 물의 한계가 명확했다.
여기에 어정쩡한 이야기 구조와 원작 캐릭터와는 다르게 코믹-개그 성향을 강하게 녹여낸 재해석이 맞물리다 보니 온갖 혹평이 뒤따랐다. 흥행은 어느 정도 됐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과적으로 이번 <베놈 : 라스트 댄스>로 극장판 트릴로지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과연 <베놈> 시리즈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 영화 '베놈 : 라스트 댄스' |
ⓒ 소니픽처스코리아 |
만약 코덱스가 널의 손아귀에 넘어간다면 지구는 물론 우주 공간 생명체들의 세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에디와 베놈을 노리는 집단은 지구에도 있었다. 군 특수부대를 이끄는 장교 스트릭랜드(치웨텔 에지오포 분)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멕시코에 은둔 중이던 에디를 급습하기에 이른다.
더군다나 자신을 늘 쫓아다니던 패트릭 형사 (스티븐 그레이엄 분) 살해 용의자로 지명수배될 만큼 에디와 베놈은 막다른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제 둘은 과감히 뉴욕으로 건너가 모든 일을 바로 잡기로 결심한다. 과연 에디와 베놈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 영화 '베놈 : 라스트 댄스' |
ⓒ 소니픽처스코리아 |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짧은 시간 사이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쳐' 수준의 소소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틀을 그대로 담는 안전 지향적인 제작이 시리즈 내내 반복되었다. 이는 3편에서도 유효하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마치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 급 위력을 발휘할 법한 '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타 빌런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에디와 베놈을 제외한 다른 조연급 캐릭터의 활용 또한 실망스럽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출연한 리스 이판, <닥터 스트레인지>에도 얼굴을 내민 치웨텔 에지오포 등 명배우들을 조연으로 기용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 영화 '베놈 : 라스트 댄스' |
ⓒ 소니픽처스코리아 |
평형 우주에 매몰되어 극장판과 OTT 시리즈를 죄다 섭렵해야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는 디즈니-마블 영화와는 다르게 단편적인 줄거리 구성을 지닌 덕분에 앞선 1-2편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코믹스-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쉽다.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베놈> 시리즈는 그저 평범한 액션 영화 딱 그 선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평범한 액션 영화로서의 소임은 충분히 다해줬지만 스파이더맨 없는 베놈은 마치 '스프 부족한 라면의 맛'에 비유해도 좋을 만큼 한계 또한 극명하게 드러냈다. 쿠키 영상은 총 2개이나 굳이 이걸 다 보기 위해 10분 가량 객석에 앉아 있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얼른 귀가하시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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