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콘크리트 노출이 대세?…싱크대 배관처리에 '충격'
시공사 "식기세척기 안 넣으면 문제 없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이 식기세척기를 설치하려다 반만 매립된 싱크대 하부 배관을 발견한 가운데, 문제를 제기하자 시공사 측은 "식기세척기를 넣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으니 하자가 아니다"는 주장을 펼쳤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유명 브랜드 신축 아파트의 흔한 배관 처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A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서 여러분들의 객관적인 조언을 여쭙고자 글을 남긴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빌트인 식기세척기를 설치하려고 싱크대 장 제작 기사님이 오셨다. 기사님이 바닥을 보더니, 배관이 튀어나와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배관 사진도 함께 올렸다. A씨가 공유한 사진을 보면 매립했어야 했을 싱크대 하부배관 일부가 보일 뿐 아니라 외부로 볼록 튀어나와 있다.
A씨는 "추측건대 배관 넣는 것 깜빡하고 콘크리트 처리한 다음 아차 싶어서 콘크리트 깨고 배관 넣고 한 것 같다"며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황당했다. 무엇보다 A씨를 분노케 한 것은 아파트 시공사 측의 대응이었다. A씨가 하자보수팀에 문제를 제기하자 "식기세척기를 넣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사항이므로 하자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어떠한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매립되어야 할 배관이 작업자들 실수로 튀어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느냐"며 "책임 있는 팀장급을 만나고 싶다고 며칠에 걸쳐 두 차례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은 "건설회사 설비 담당인데 잘못 시공한 것 맞다", "저런 식으로 노출된 PVC 배관은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발생할 것", "저렇게 하고도 입주를 시키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배관 설계도면 요청한 후 배관 설계도면 대로 시공했는지 확인하고, 만약 다른 점이 있다면 시청 건축과에 민원 넣으세요"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어진 신축 아파트서 하자 문제 주로 발생해최근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 수많은 하자가 나타나면서,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지은 신축 아파트는 걸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지어진 신축 아파트에서 하자 문제가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하자 발생 이유로 '시간'과 '돈'을 문제로 꼽는다. 최근 준공을 앞둔 아파트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21년 이전에 분양과 착공이 이뤄진 곳이 대부분이다. 당시는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기다.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개발이 진행되며 건설사들이 관리해야 할 현장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며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오랜 기간 숙련된 노동자의 이탈이 많아졌고, 숙련 노동자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기존 공사 기간을 맞추려 급하게 짓다 보니 작업 실수가 늘었다. 또한 이 기간 화물연대 파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자재 수급 불안과 원자잿값 폭등, 급격한 물가상승이 발생한 것도 공사 완성도를 낮춘 원인으로 꼽힌다. 한정된 공사비 내에서 폭등한 원자잿값을 맞추려다 보니 마감재 등급을 낮추고 하도급사를 최저 입찰로 선정하는 등 각종 꼼수가 생겨났다.
정부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민간에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유도하면서 공사 기간이 더 촉박해진 것도 악영향을 더했다. 더구나 지난해엔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으로 주말 노동시간도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현장 안전이 강화됐고, 위험 상황 발생 시 공사 현장이 멈추는 ‘작업중지권’ 사용도 늘었다. 총 공사 시간은 줄었는데, 앞서 정한 준공일에 맞추려다 보니 '날림 공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에 현장 내에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시공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감리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에서는 최근 신축 아파트 곳곳에서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지자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23곳에 불시 점검을 진행하고, 입주 전 하자를 점검하는 사전점검 제도도 강화해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입주민 사이선 "하자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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