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극초음속…김정은, 美대선 앞두고 전략미사일기지 첫 공개

정영교, 이유정, 오욱진 2024. 10. 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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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무기가 집결해 있는 전략미사일 기지를 처음 공개했다. 김정은은 직접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을 둘러보고 '핵 무력의 철저한 대응 태세'를 주문했다. 미국 대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긴장 고조를 통해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며 "미사일 기지들의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미사일전투직일근무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 총비서는 "각이한 상황속에서도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뉴스1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전쟁 억제력에서 전략미사일 무력은 중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이라면서 "앞으로도 전략미사일 무력을 우선적으로 무력 전반을 기술 현대화하는 것은 우리 당이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는 국방건설 전략의 중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도 여러 번 강조하였지만 미국의 전략적 핵 수단들이 공화국의 안전 환경에 주는 위협은 날로 가증되고 있으며, 전망적인 위협들도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핵 무력의 철저한 대응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나 김정은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실제 장소를 일부라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곳은 북한의 이른바 '전략무력'을 모아놓은 기지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날짜나 해당 기지의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이 좁은 숲길을 따라 해당 기지에 출입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으로 미뤄 전문가들은 출입구가 은폐된 지하 격납고(사일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전략미사일 기지들을 더욱 현대화, 요새화하고 모든 기지가 각이한 정황 속에서도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반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말인 '반타격'은 반격을 의미하는데, 전략적 반타격은 적의 선제공격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증 보복 능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제2격' 또는 '2차 공격(Second Strike)’ 능력을 확보했다는 주장이자, 이를 명분으로 언제든 핵공격이 가능하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고도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입구가 은폐된 터널화 기지로 추정된다"며 "김정은이 마사일 기지의 현대화·요새화를 언급하면서 '전략적 반타격'을 강조한 만큼 생존성 차원에서 터널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들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나'형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 뉴스1

'전략미사일 기지들'이라고 복수형으로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는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 '화성-18형'과 미국령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나'형으로 추정되는 전략 미사일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런 미사일을 비축하고 있는 기지가 한둘이 아니라는 걸 시사해서다.

이번 방문에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김정식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동행했다. 다만 신문은 일부 미사일 기지 관계자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해 신분을 확인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처럼 기밀시설이나 핵심 기술진 노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김정은이 이런 행보를 보인 건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빙의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부각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군의 대규모 지상군 러시아 파병 사실을 한국 정부가 밝힌 뒤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핵무력을 앞세워 관심을 분산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는 합법적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파병에 대응한 한·미, 나토 등 국제사회의 군사적 압박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리려는 의도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담화에서 파병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핵보유국을 상대로 감행한 군사적 도발…사례는 최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미친 것들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며 '핵 우위'를 강조했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파병 징후가 조기에 노출되고 기정사실로 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라며 "특히 참전이 가시화될 때 북한에 대한 한·미 등 국제사회의 군사적 위협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북한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점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동시에 노동신문은 이날도 김정은의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정은이 "상시 긴장한 태세로 전투직일 근무를 수행하면서 조국과 인민 앞에 지닌 성스러운 본분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수고가 많다"고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면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규모 병력을 보낸 상황에서 장병들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전 파병 북한군 장병들이 총알받이로 전락한다면 북한 내부에서 동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북한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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