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영 케어러'를 위한 우리 사회의 역할

임혜선 2024. 10. 23. 11: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지는 김정수(17)군.

3년 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극심한 생활고에 아버지를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으로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다.

영 케어러란 질병, 장애, 정신건강,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직접 돌보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지는 김정수(17)군.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각종 알바를 하지만 병원비와 월세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3년 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극심한 생활고에 아버지를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으로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다. 영 케어러란 질병, 장애, 정신건강,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직접 돌보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국내 영 케어러 규모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한 후 올 7월부터 영 케어러 전담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울산, 충북, 전북에 거주하는 만 13세 이상 ~ 34세 이하 청년 2400명이 대상이다. 정부는 영 케어러 중 소득 기준(중위소득 100% 이내) 확인해 1년에 자기 돌봄비를 200만원을 지급한다. '돌봄 코디네이터'를 전담 배치해 가족돌봄청년을 관리한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미래마저 포기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 영 케어러를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효심 깊은 청년으로 바라볼 뿐 영 케어러가 처한 버거운 삶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영국은 정수 군과 같은 영 케어러를 위한 전담 매니저가 있다. 이 매니저는 영 케어러의 돌봄 역할, 자신을 위한 시간, 가정생활, 경제적 어려움, 평소 감정, 건강, 학업 등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그런 다음 영 케어러와 함께 가족 돌봄 계획을 수립하고, 전반적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방안도 제공한다. 영 케어러의 고립을 막기 위해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활성화돼 있다. 매주 11만원 상당의 보조금도 제공한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영 케어러 지원은 또래 집단과 같은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영 케어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버팀목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여러 국가의 경험과 착오를 배워가면서 국민 누구나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촘촘한 서비스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정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은 영 케어러의 전체 규모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정부는 첫 번째 실태조사에서 연령대를 만 13~34세로 정했다. 이로 인해 가족 돌봄을 하는 13세 미만의 아이들에 대한 정보는 없다.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으려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 청소년복지 지원법은 3년마다 청소년의 의식 태도 생활 등에 관한 실태조사의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 청소년 복지 향상을 위한 조사다. 영 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별도의 실태조사 실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받는 대상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는 영케어러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학교와 연계해 조사를 벌이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영 케어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결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잊힌 최전선'이 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이 동참해야 한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