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정, 반도체 특별법안 합의…'직접 보조금' 길 열었다
재정지원 포괄 규정 담기로
정부와 여당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안 마련에 잠정 합의했다. 당정은 조율 끝에 직접 보조금 지원을 명시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반도체 산업을 보조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규정을 담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다양한 방식의 예산 투입을 통해 직접 보조금 성격의 지원까지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한 것이다.
23일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가닥을 잡았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여당이 법안을 조율하는 회의에서 직접 보조금 지원을 명시하지 않되,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보조금 직접 지원이 아닌 포괄적인 재정 지원 조항을 넣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전했다.
당정은 특별법안에 재정 지원을 의무 규정이 아닌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넣기로 했다. 보조금의 실질적인 지원 방향과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가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보조금 지급 규모와 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직접 보조금 지급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특별법 내 산업 국가 재정 보조는 합의…직접 보조금 지원 이행은 협의 중
반도체 특별법안 논의 과정에서 당정의 이견은 컸다. 여당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근거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 등을 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지원금을 정부가 현금으로 보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금 지급을 위해선 특별법을 통해 명시적인 조항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기재부는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데다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있는 만큼 보조금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기재부는 '국가 첨단 전략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통해서도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과 같이 국가 첨단전략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는 현행법을 통해서도 보조금 등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당정이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여당은 직접 보조금 지원 조항을 고수하지 않고, 정부는 특별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직접 보조금을 당장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지원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해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1조4000억원)를 지원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폴라 반도체'에 1억2300만달러(약 1636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첫 번째 보조금 지원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에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의 보조금 지급 방안도 확정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에 약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두 개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다. 중국도 반도체 육성을 위해 지난 5월 6조원 규모의 국책 펀드를 설립하고 기술 자립을 목표로 반도체 기업 육성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지난 16일 8조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저리 대출·펀드 등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R&D) 지원,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의 분담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직접 보조금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산단 등에 드는 인프라 비용을 정부가 대거 분담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공장을 짓는 등 투자 과정에서 드는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있어야만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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