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구·경북 행정통합,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다

김영원 2024. 10. 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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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도 의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치고 그 내용을 법에 담아 발의하는 것이 맞는데, 그렇게 하려면 너무 오래 걸려서."

대구·경북 두 광역단체의 통합을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안 도출부터 지역 의견수렴, 통합 특별법 발의 및 의회 통과라는 절차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합의문에는 지자체 통합에서 법적으로 필요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도의회 의견 청취를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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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도 의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치고 그 내용을 법에 담아 발의하는 것이 맞는데, 그렇게 하려면 너무 오래 걸려서…."

지난 21일 대구·경북 통합 4자 기관 합의문 서명식에서 '남은 절차'를 묻자 실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행정통합 속도를 내기 위해 '의견 수렴'과 '법안 발의'가 따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얘기다.

대구·경북 두 광역단체의 통합을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안 도출부터 지역 의견수렴, 통합 특별법 발의 및 의회 통과라는 절차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그런데 첫 단계인 '합의안 도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6월 초 정부의 지원을 받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한 뒤 대구와 경북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지역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세부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졌다. 청사의 위치와 시·군 등 기초정부 역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게 원인이다. 지난 8월 말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실상 '통합 무산'을 선언하면서 좌초 위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합의문 서명식은 열렸지만, 통합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특별법은 '올해 발의 후 내년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의문에는 지자체 통합에서 법적으로 필요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도의회 의견 청취를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았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를 합칠 때는 지방의회 의결 혹은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데, 주민투표가 아닌 의회 의견 청취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절차와 과정이 복잡한 주민투표 대신에 '빠른 수단'을 선택하고자 하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주민 설명회와 여론조사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자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주민투표를 진행했다면 지역 유권자들이 자기의 견해를 반영할 기회가 열리지만, 여론조사는 제한된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법안 발의 형식도 정부 입법은 사전영향평가·규제심사 등을 거쳐야 하기에 국회의원 발의를 통한 절차 간소화를 고려하고 있다. 의원입법이 정부입법과 비교할 때 빠른 국회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계산이다. 부작용 없는 통합을 위해 중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닌 디테일이다. 마산·창원·진해 통합은 1년 만에 이뤄졌지만, 진통은 이어졌다.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게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지역 통합은 지역 주민들의 미래 환경을 바꾸는 작업이다. 찬성과 반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기대 효과와 우려 요인을 면밀히 따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서울에 준하는 위상을 가질 거대 도시, '대구경북특별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속도의 늪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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