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 앞에서 다양성이 무슨 소용…백인 중년남, 다시 CEO 주류로

美 기업들 올해 CEO 대거 교체
CNN "중년 백인 남성 짙어져"
과거 'DEI' 추구 분위기 사라져

올해 미국 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한 가운데, 백인 중년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CNN은 "2024년은 CEO 교체의 해였고, 기업들이 그 공석을 채우기 위해 남성을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가을 미국 기업의 가장 핫한 CEO 선택은 고전적 모델, 중년 백인 남성"이라고 요약했다.

올해 교체된 CVS 헬스의 전 CEO 카렌 린치.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난달 말 임원 코칭 및 재취업 전문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미국에서 물러난 CEO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 비영리단체를 통틀어 1450명에 달한다. 이는 연간 최대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1명)과 비교해 15.0% 늘었다. 그런데 이 기간 새로 임명된 여성 CEO 비율은 28.9%에서 27.2%로 1.7%포인트(p) 낮아졌다. CNN은 “여성과 유색인종의 비율은 항상 낮았다”며 “백인 남성 CEO는 유행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여성 CEO는 10명 중 1명꼴인 52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으며, 흑인 CEO는 지난해 9명으로 정점을 찍고 올해 8명으로 다시 낮아졌다. 이에 대해 CNN은 “최근 리더십 교체 급증은 백인 남성이 기업 리더십의 기본 모델로서 여전히 강력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CNN은 올해 여성에서 남성으로 기업 수장이 바뀐 사례를 열거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 헬스는 지난 18일 여성 CEO 카렌 린치를 해고하고, 임원 중 백인 남성인 데이비드 조이너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CVS는 린치가 수장을 맡는 동안 여성 CEO가 이끄는 가장 큰 포춘 500대 기업이었다. 스타벅스도 올여름 인도계 미국인 락스만 나라심한을 돌연 해고하고 멕시코식 음식 체인 ‘치폴레’ 대표를 지낸 브라이언 니콜을 기용했다. 언더아머도 여성 CEO인 스테파니 린나츠를 1년 만에 해고하고 지난 2019년 물러난 창립자 케빈 플랭크를 복귀시켰다. 플랭크는 다른 남성 임원들과 회사 법인카드로 스트립 클럽을 방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가 임원 등과 대화하는 모습.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가장 최근인 21일 디즈니는 모건스탠리 CEO 제임스 고먼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적어도 2026년 초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즉 2명의 리더십이 디즈니를 이끄는 셈인데, 이에 대해 CNN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디즈니의 미래를 결정하는 인물이 아이거와 고먼, 2명의 백인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백인 남성 CEO로의 회귀는 이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CNN은 “DEI 추구는 이익을 늘리고 직원 이직률을 줄이며 직원 동기 부여를 향상시킨다”며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의 다양성은 ‘총체적인 성장 목표, 더 큰 사회적 영향, 더 만족하는 직원’과 관련이 있다”고 해설했다.

2020년대 초에는 기업들이 DEI 추구를 모토로 내걸면서 유색인종이나 여성을 백인 남성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이었으나,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이는 지난해 대법원이 대학에서의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지한 결정과 일치한다”며 “이제는 주요 기업들이 이미지를 더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