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사업구조 개편 재추진에도 투심은 ‘싸늘’

노성인 2024.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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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 구조 재편안을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를 철회했던 두산그룹이 재도전에 나섰다.

두산그룹에선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받게 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늘리는 등 유화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평가받는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로 옮긴다는 것은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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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로보틱스 주식 물량 확대 ‘주주달래기’
두산밥캣 7% 급락…관련주 변동성 확대
“기업 신뢰성 악화…밸류업과도 맞지 않아”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운데)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연합뉴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 구조 재편안을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를 철회했던 두산그룹이 재도전에 나섰다.

두산그룹에선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받게 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늘리는 등 유화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평가받는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로 옮긴다는 것은 똑같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과 지적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이전 합병안에 비교해 주주가치 보호를 신경 썼다는 회사 측의 설명에도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기관투자들도 대규모 매도 물량을 출회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의 내놓은 신규 합병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새로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이다. 또 새 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했다.

회사에서는 이번 합병안에 대해 기존 방식에 비해 주주가치 보호에 더 효과가 크다며 투자자들 설득에 나섰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알짜 기업을 적자기업에 넣는다는 알맹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두산밥캣은 매출 9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대를 기록한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영업이익에서 1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합병시 기존 주주들의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모두 대량의 매도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 내내 급락세를 연출했다. 지난 22일 기준 두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 대비 3700원(5.17%) 하락한 6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두산밥캣도 3050원(7.0%) 하락한 4만500원 마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장 내내 큰 변동성을 보이다가 보합으로 마감했다.

전날 개인투자자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196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전날 개인의 전체 순매도 종목 중 3위다. 기관투자자들 두산밥캣을 53억원 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무리한 합병이 최근 국내 증시에 불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연대플랫폼인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은 “저평가된 두산밥캣의 주식에는 미래가치가 덜 반영됐다”며 “기업가치 평가는 실질적으로 거의 바뀐 게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변경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투자심리를 저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과 주주들이 각자 생각하는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에 큰 차이가 있어 투자자 불만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정부가 시행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맞지 않아 또 한 번 주주와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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