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마을 축제

2024. 10. 2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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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부터인가, 작업실 앞 공원이 환하게 밝았다.

그제야 공원에서 마을 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마을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규모가 제법 컸는데, 놀랍게도 이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 행사로 18회째를 맞고 있었다.

이웃의 행운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모습은 마을 축제의 진정한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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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어느 저녁부터인가, 작업실 앞 공원이 환하게 밝았다. 나무마다 줄지어 엮인 알전구가 별자리처럼 반짝였고, 인위적인 새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그제야 공원에서 마을 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며칠 뒤, 다섯 걸음만 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공원에서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진전, 중고장터, 나눔 행사, 체험 부스, 먹거리, 경품 추첨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게 마련된 공원은 낮부터 구경하러 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마을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규모가 제법 컸는데, 놀랍게도 이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주민 주도형 행사로 18회째를 맞고 있었다.

특히 무대 공연은 초청 공연보다 주민 참여 공연이 더 많았는데 어린아이들의 장기자랑, 부녀회의 건강 댄스, 60~80대 어른들의 태권도 공연, 청소년 난타, 동호회 연주가 차례로 이어졌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훨씬 익숙한 나는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참여하고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주민이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여러 동네를 옮겨다니며 살아 왔지만, 좀처럼 보기 드문 신기한 광경에 연신 놀라며 그들의 활기 덕분에 일상의 시름을 덜어냈다. 마을을 삶의 배경으로 공유하며 저마다의 희로애락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느끼는 유대감은 생소하지만 따스했다. 그것은 ‘함께’라는 이름의 은은한 온기였다.

경품 추첨 행사는 축제 끝자락에 진행됐는데, 추첨 번호가 1500번대를 넘어갈 정도로 인기였다. 모두 ‘나였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무대 앞을 지켰고, 당첨자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웃의 행운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모습은 마을 축제의 진정한 묘미였다. 집에 돌아와 나눔 받은 노란색 국화를 화분에 옮겨 심으며 나도 모르게 공동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제 동네에는 낯선 사람이 없다. 모두가 정다운 이웃이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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