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모서리를 접는 마음] 북 토크의 매력
대기실에서는 세계 곳곳의 북 토크 분위기에 대한 말이 오갔다. 청중의 반응이 유독 적극적인 북 토크가 있는가 하면 내내 엄숙해서 긴장하게 만드는 북 토크도 있고, 그러다 질의응답 시간에 폭풍 질문이나 기립박수가 이어지기도 한다고. 잠시 후 다섯 명의 작가는 무대 위로 올라갔는데, 한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입을 열면 어디선가 “응” “음” “아하” 같은 소리가 코러스처럼 따라왔다. 알고 보니 듣는 작가들이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호응하는 소리였다. 그날은 청중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무대의 반응부터 이미 활기찼던 것이다.
내 첫 북 토크를 떠올리면 어디로든 숨고 싶어지지만, 이제 나는 북 토크라는 소통 양식을 좀 즐기게 됐다. 청중에게 농담을 걸고 싶어진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행사용 큐시트를 버리지 못하고 챙겨올 때도 있는데, 행사를 준비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서다. 간혹 독자 참석이 저조하다며 미안해하는 책방 주인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펄쩍 뛴다. 단 한 분이 오셔도 괜찮다고! 물론 주최한 노력을 생각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그 시간을 향유하길 바라지만, 때로는 작은 원으로 둘러앉을 때만 찾아오는 특별한 유대감도 있으니까.
30년 경력의 이승우 편집자가 라디오에 출연해 들려준 ‘출판의 미래’를 종종 떠올린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붕괴의 지점에 직면하게 될 텐데, 그래도 분명히 텍스트를 찾는 사람들은 있을 테고, 요즘은 그때 읽힐 책을 미리 만든다는 심정으로 가고 있다는 것. 먼 훗날을 고려하며 책을 만드는 마음이 어떤 것일지 헤아리다 보면 자연스레 ‘너머’의 감각에 닿는다. 당장에 함몰되지 않는 시선 말이다. 책 읽는 사람들이 하나의 시공간에 모일 때 깃드는 유대감 역시 너머를 상상하는 힘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북 토크야말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세계인 것이다.
윤고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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