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리스크’는 작가들만”… 네이버웹툰 대응 ‘논란’
최근 특정 작품이 성별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퍼지는 가운데 웹툰 작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불매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은 플랫폼이 만들고 리스크는 작가들이 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 웹툰작가노동조합 하신아 위원장은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작가들도 단체 행동의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안다. 우리도 긴급회의를 해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고 전했다. 현재 네이버웹툰과 독점 계약한 작가 중에는 노조 조합원이 없다. 하지만 불매운동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일부 작가들이 웹툰작가노조 측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4일부터 베스트도전에 ‘이세계 퐁퐁남’ 연재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10년 넘게 가정을 위해 헌신한 39세 박동수가 어느 날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모든 걸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첫 회에서 작가는 한때 논란이 됐던 ‘설거지론’을 언급하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순진한 남성이 연애경험이 많거나 성적으로 문란했던 여성과 결혼하는 상황을 설거지에 비유하는 이론”이라고 부연했다. ‘퐁퐁남’은 이 설거지론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을 놓고 일각에서 ‘퐁퐁남’이라는 단어가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독자들이 불매운동을 선언하면서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한동안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이슈가 됐다. 반면 이런 반응이 과도한 작품 검열이며,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세계 퐁퐁남’의 작가 ‘퐁퐁’은 “‘퐁퐁남’과 ‘설거지론’은 2000년대 초에도 사용된 주식용어로 여성 혐오를 옹호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웹툰이 지난 16일 공식 엑스 계정에서 불매운동을 언급한 게시물을 올린 것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세계 퐁퐁남’과는 무관한 글이었으나 “소꿉친구 컴플렉스(작품명) 불매합니다. 불티나게 매입하기, 불처럼 뜨겁게 매입하기, 불만 있는 척 잽싸게 매입하기”라는 표현이 엑스에서 한창 확산하던 불매운동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네이버웹툰은 지난 21일 “이번 사안으로 곤란하셨을 해당 작품 작가님을 포함,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해당 트윗(게시물)은 최근 불매 운동 관련 여론이 발생하기 전인 9월 10일에 작품의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해 활용했던 소재”라며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로 이전 트윗이 복사 및 신규로 재발행되며 일시적으로 노출이 늘었고, 발견 즉시 해당 소재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네이버웹툰이 창작자 보호에 둔감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 작품을 떠나 네이버웹툰 전반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할 때 창작자들이 입게 될 피해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남녀갈등이 아니라 네이버웹툰이 창작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조롱하듯 대처해 논란을 만들어놓고 리스크는 작가들이 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빚어졌는데 이를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날 ‘웹툰 작가 연합’ 명의의 엑스 계정에는 성명문이 게재됐다. ‘웹툰 작가 연합 226인’이라고 밝힌 이들은 성명문에서 “네이버웹툰의 대응은 작품을 사랑하며 그동안 네이버웹툰을 이용해 온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네이버웹툰을 믿고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의 신뢰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불매운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당사자임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계속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창작자로서 네이버웹툰사의 미흡한 대처에 우려를 표하며 목소리를 낸다”며 독자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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