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인사 안 하더라, 덴마크 오픈서도 안 해" 배드민턴협회장 발언…국정감사장에 쏟아진 탄식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의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유관기관 대상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택규 회장은 "(안세영이) 덴마크(오픈) 가서도 선배들이나 코치들에게 인사 안 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김택규 회장을 향해 "지난 민주당 비공개 회의에서 '세계여서 스타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안세영 선수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선수촌장에게도 인사하지 않고 심지어 협회장인 나에게도 인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선수촌장의 말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의원은 장재근 진천선수촌 촌장에게 안세영의 인사에 관한 질문을 했고, 장재근 촌장은 "처음에 선수촌장으로 왔을 때, 많은 선수들이 쑥스러워서 그런지 인사를 잘 안하는 경우가 있었다. 안세영도 있었는데, 종목간이나 선수들간 인사를 안 해 어떤 종목, 어떤 선수가 들어왔는지 서로 잘 몰라 '인사를 합시다' 하는 캠페인을 했고, 좋아졌다"며 안세영이 의도적으로 인사를 하지 않거나 받지 않은 적은 없었음을 설명했다.
양 의원은 김택규 회장이 안세영의 인사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올림픽 직후 안세영이 한국 체육계 전반에 경종을 울렸는데 '인성 나쁜, 잘난 스포츠스타'로 매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이내 "안세영 선수가 '제가 못 봐서 인사 안 할 순 있어도 제가 보고 협회장님이든 선생님이든 선배들께 인사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양문석 의원이 연거푸 힐책하자 김택규 회장은 "나만 그렇게 느끼나 보다"라고 답했고, 분노한 양 의원은 "협회장, 말장난 하나"라며 "협회의 무성의, 독단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협회장이 안세영의 인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인사하지 않는 안세영'으로 저격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 회장은 "덴마크 가서도 선배들이나 코치들에게도 인사 안 했다고 연락이 왔다"고 다시금 안세영을 지적하는 말을 했고, 국정감사장에는 탄식과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양문석 의원은 노발대발했다. 양 의원은 "선수가 가장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협회장이, 세계적인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 시키고 잘한다 그런 소리 들어서 기분이 좋나"라고 큰소리로 질책하자 김택규 회장은 "내가 언제 왕따를 시켰나, 인사를 안 한다고 말한 것과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다르다"라고 자신을 변호했다.
김 회장의 답에 양 의원은 "말을 섞어야 할 사람이 있고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적어도 배드민턴협회장은 섞으면 섞을수록 내가 더러운놈이 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안세영과 협회의 불편한 기류는 외신에서도 감지했을 정도다. 말레이시아 매체 스타디움 아스트로는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경기에서 안세영은 특유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안세영의 승리는 뜻밖의 순간을 동반했다. 그녀가 2세트 중간 휴식 시간에 성지현 코치가 말하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안세영은 성지현 코치가 말을 걸고 있을 때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성 코치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듯 보였다. 성 코치는 결국 말을 멈추고 자리를 떠났다"고 묘사했다.
중계 화면에서는 매체가 전한 그대로 코치진과 안세영의 어색한 공기가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대표팀 김학균 감독은 멀찌감치 떨어져 안세영에게 별다른 얘기도 하지 않고, 성 코치만 작은 목소리로 전달사항을 읊조리지만 안세영은 불편한 듯 몸을 돌렸다.
중계진도 이 상황을 바라보며 "또 반복된다. 성지현 코치가 아주 간단하게 작전을 전달한다. 피드백이 없다. 대부분의 작전 시간에 안세영은 혼자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안세영은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BWF 월드 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여자단식 세계 1위 지위를 굳건히 유지했으나 이후 휴식을 취하며 코리아 오픈, 일본 오픈 등을 건너뛰었고 그러는 사이 랭킹포인트가 빠져 역시 쉬고 있던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었다. 안세영의 랭킹포인트가 천위페이 그것보다 더 빠졌던 셈이다.
결국 안세영은 지난 8일 세계랭킹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이번 덴마크 오픈 결과에 따라 순위표가 다시 요동쳤다.
BWF 세계랭킹은 최근 1년간 특정 선수가 뛴 대회 중 랭킹포인트가 가장 높은 10개 대회를 뽑아 해당 대회 포인트를 모두 더해 산정하며 매주 월요일에 발표한다.
안세영은 앞서 10번째로 좋은 점수였던 지난해 11월 일본 마스터스에서의 4강 포인트 6420점이 빠지고 이번 덴마크 오픈에서 준우승하면서 얻은 9350점이 들어가게 된다. 2930점이 오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10만337점에서 이번에 10만3627점으로 랭킹포인트가 올랐다.
반면 천위페이는 이번 덴마크 오픈에도 불참하면서 지난해 이 대회 우승하면서 얻은 1만1000점이 사라지는 대신 지난해 일본 마스터스 준우승 때 따냈던 포인트 7800점이 들어가 총점에서 3200점이 줄어들었다. 10만1682점에서 9만8482점으로 내려가면서 안세영에 세계 1위를 2주 만에 넘겨줬다.
지난 15일 첫 경기에서 태국의 포른피차 초에이키웅을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한 안세영은 이틀 뒤 2라운드에서 역시 태국 선수인 랏차노크 인타논을 게임스코어 2-1로 이겼다. 역전승을 거뒀다. 18일 8강에선 태국의 수파니다 카테통을 역시 게임스코어 2-1 뒤집기 승리로 따냈다.
19일 준결승에선 파리 올림픽 4강전 상대였던 인도네시아 강자 그레고리아 툰중을 맞아 1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22-20으로 따낸 뒤 2게임 12-12에서 상대 선수 기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승에선 왕즈이에 완패했다. 1게임을 내준 안세영은 2게임 8-11에서 8차례 연속 실점하고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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