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평 대신 조금 더 보태 50~60평 산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10.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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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수록 좋다’ 몸값 높아진 대형 평형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전용 135㎡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평형(국평)’으로 통하는 중소형 아파트(전용 60㎡ 초과~85㎡ 이하)나, 매매 금액이 적어 수요가 꾸준한 소형 아파트(전용 60㎡ 이하)보다 가격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전용 135㎡를 넘어서는 대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104.9, 2022년=100)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형과 소형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각각 1.99%, 0.9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대형 아파트 상승폭이 훨씬 컸다. 이외 중형 아파트(전용 85~102㎡), 중대형 아파트(전용 102~135㎡) 매매가격지수도 각각 2.07%, 1.65%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가격지수는 기준 시점(KB부동산은 2022년 1월)의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그 이후의 가격 상승·하락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지수가 110이라면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기준 시점 이후 10% 올랐다는 뜻이다. 반대로 90이라면 가격이 10% 내렸다는 뜻이다.

대형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폭이 더 높다는 것은 그간 주택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 높은 주택형이 전용 84㎡ 같은 국평이나 전용 59㎡ 중소형 아파트라는 기존 인식과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가중치를 반영한 ‘지수’가 아닌 단순 ‘가격’을 살펴봐도 최근 1년간 대형 아파트 상승률이 국평 다음으로 높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별 평균 매매 가격(상승률)은 ▲대형 30억2548만원(5.69%) ▲중대형 16억7522만원(4.04%) ▲중형 17억5608만원(6.22%) ▲중소형 12억340만원(4.59%) ▲소형 7억8197만원(3.79%) 등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서는 60평대 아파트인 전용 132㎡가 58억원에 팔려 단지 내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경DB)
대형 평형 신고가 ‘줄줄’

나인원한남 전용 273㎡ 220억원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는 국평뿐 아니라 대형 평형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평형 기준인 ‘전용 135㎡’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50평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는 지난 10월 3일 58억원(15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포자이 전용 132㎡는 지난해 12월 44억7000만원(18층)에도 거래됐다가 올 들어서만 매매 가격이 13억원 이상 뛰었다. 상승률로 치면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반포자이 내 전용 84㎡ 등 작은 평형들도 매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지만 대형 아파트 상승률에는 못 미쳤다.

21년 차 구축 아파트인 방배동 ‘방배래미안아트힐’ 전용 163㎡는 지난 6월 6년여 만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실거래 가격은 23억5000만원(19층). 직전 거래였던 2018년 7월(14억7000만원) 이후 9억원 넘게 뛰었다. 이 아파트는 이어 지난 7월 12일에도 23억3000만원(16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강남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대형 아파트 신고가 사례가 잇따랐다.

용산구 나인원한남에서는 전용 273㎡가 지난 7월 220억원(1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2019년 입주한 나인원한남에서 전용 273㎡가 거래된 건 2021년 10월(84억원, 1층) 이후 처음이다. 같은 단지 전용 244㎡도 2021년 12월(90억원, 2층) 이후 거래가 없다가 올 4월 120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도 지난 7월 10일 110억원(35층)에 신고가를 썼다. 층·동이 다른 매물이기는 하지만 앞서 6월 26일 직전 거래가 90억원(15층)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2주 만에 시세가 20억원 오른 셈이다. 같은 단지 70평대 아파트인 전용 198㎡도 지난 7월 145억원(35층) 최고가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직전 거래는 올 1월 93억원(24층). 약 6개월 만에 시세가 50억원 이상 올랐다. 이외에 학군 수요가 풍부한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1단지’에서는 지난 9월 말 전용 154㎡가 32억원(7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대형 아파트값 급등, 왜?

공급 적고 비싸지만 ‘가성비’

대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절대적인 공급량이 줄었다. 물량 자체가 적어 희소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 시장에 공급된 물량 중 전용 85㎡ 초과 물량 공급량은 17.61%(임대 제외)에 불과했다. 올 8월에도 전국에서 분양한 총 13만8440가구 중 전용 85㎡ 초과 물량이 2만734가구(15%)에 그쳤다. 이 중 중대형, 대형 물량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가가 많은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신축 대형 평형 희소가치가 더 높다.

최근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전용면적 조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8.8%가 대형 주택형인 전용 118㎡ 이상을 선택했다. 이어 전용 ▲84㎡(34.8%) ▲101㎡(23.3%) ▲59㎡(2.8%) ▲49㎡(0.12%) 순이었다. 대형 주택 가구 수를 30%로 늘리는 안에 전체 조합원의 67.6%가 찬성했다. 한남3구역의 한 조합원은 “최근 대형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분담금 부담이 더 커지더라도 고급화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소형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3.3㎡당 가격이 낮아 저렴해 보인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지금까지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다 보니 30평대 아파트와 40평대 아파트 가격 차이가 많이 줄었다. 즉, 단위면적당(3.3㎡당) 가격은 중대형 이상이 훨씬 싼 경우가 많다 보니 “중대형이 저평가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에서는 올 상반기 내내 전용 84㎡ 가격이 무섭게 오르더니 7월 들어서는 25억원(21층), 24억5000만원(26층)에도 거래됐다. 덕분에 상반기 25억~26억원대 중대형(전용 121㎡), 28억~29억원대 대형(전용 144㎡) 평형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그러자 한 달에 1~2건 성사될까 말까 했던 전용 144㎡ 매매 거래가 지난 8월에는 5건이나 연달아 터졌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 동안 대형 평형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빠졌기 때문에 그만큼 회복폭도 컸다고 덧붙인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주택 시장에서는 거래 금액 높은 대형 평형은 대기 수요가 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시장 침체기에 가격 좋은 매물이 많이 나온다”며 “수요가 많은 국평 전용 84㎡와 진입장벽이 낮은 전용 59㎡ 가격이 먼저 오르면, 이후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대형 평형이 따라 오르고 거래도 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대형 아파트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자산가가 선호하는 아파트는 일명 ‘상급지’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라며 “그중에서도 대형 주택은 물건 자체가 희소하고 살 수 있는 사람도 적어 거래량이 많지는 않아도 수요층이 분명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고 나면 그간 좋은 입지에도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뎠던 대형 아파트 가격이 완연히 회복할 것”이라며 “단, 대출 금리가 유의미하게 내리고 매매 거래가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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