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두달여만에 1380원대…강한 美경제에 트럼프 트레이드까지

오효정 2024. 10.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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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80원선을 돌파하며 약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를 키운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4.9원 떨어진 1380.1원에 마감했다(환율은 상승).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80원선을 돌파한 건 지난 7월 30일(1385.3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화 가치는 장중 한때 1382.8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컷(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이후 132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화 가치는 최근 다시 하락세다. 지난달 30일(1307.8원) 이후 13거래일 동안 70원 넘게 떨어졌다.

이는 우선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강달러에 힘을 싣고 있다. 9월 고용보고서 등에 나타난 고용 지표가 탄탄하고, 소매판매 증가율도 식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큰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을 76%로 내다보고 있다.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은 14%다. 한 달 전(7%)보다 두 배 상승한 수치다.

이에 일부 Fed 인사들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날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1%포인트 급등한 4.20%로 올라섰다. 이는 7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글로벌 장기채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거란 전망이 시장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주는 곳을 찾는 해외투자 자금은 미 국채로 흘러가고 이는 달러값을 높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04선을 돌파하며 약 2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미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강달러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각종 배팅사이트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작용한 것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격화하면서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와 위안화 가치도 각각 150엔대‧7.13위안대에서 거래되며 동반 약세다. 특히 위안화의 경우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위안화 대체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리는 요소다.

시장에선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로 갈수록 미 대선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환율 하향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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