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찰은 왜 무신정권의 '도방'이 되었을까

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2024. 10.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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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을 보면 고려 무신정권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 8백년 전 무신정권은 '중방, 도방, 정방' 등을 두고 무력통치를 자행했다. 그 가운데 '도방'은 무신 집권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정권을 무력으로 뒷받침했던 기구다. 경호처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경호처만으로 '도방'의 의미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무신정권에서 사법권이란 게 따로 존재할 리 없다. 기본 장착이다. 따라서 오늘날로 말한다면 '도방'은 경호처 외에 윤석열 사단이 이끄는 검찰까지 포함시켜야 '도방 권력'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검찰', '견찰', '떡검'이라고 조롱을 받았지만 과거의 검찰과 오늘날의 검찰은 다르다. 비록 정치 검사들은 끝까지 충견이었지만, 적어도 검찰 조직은 국민 눈치를 요리조리 살피는 시늉은 했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엎드리는 모양새라도 취했던 것이다. 편파 수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때 대검 중수부를 없애고 특수부 조직을 축소하는 등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받을지언정 흉내는 냈던 것이다. 한계는 명확했지만 비판을 완화시키려는 자정 능력까지 몽땅 몰사한 것은 아니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검찰총장 심우정은 '핫바지 총장'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법과 원칙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국감장에서 그의 매끈한 얼굴이 드러난다. 왜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는지 다양한 해석이 있으나 예상했던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란 것은 확실하다. 심우정 체제에서 검찰 실세를 꼽으라 한다면 서울중앙지검장 이창수가 넘버원이며, 두 번째는 전주지검장 박영진, 세 번째는 창원지검장 정유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통치권과 사법권을 뒷받침하는 '버뮤다 삼각축' 정도로 생각된다. 검찰 인사에 관한 윤 대통령의 포석은 탄복할 만큼 예리하다.

김건희 여사는 비호감 정치인의 최고 등급으로 올라섰다. 국민의 70%가량이 '도이치모터스, 명품백 사건'에서 검찰 처분을 부정한다. 오롯이 검찰 덕분이다. 말이 좋아 법률 용어로 불기소 처분이지만 '불기소' 자체는 사건을 없던 일로 덮어주는 것이다. 처분의 명분이 기막히다.

명품백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 박승환은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으나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결정했다"고 했다. 도이치 사건에서 같은 검찰청의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 최재훈은 "(김 여사의) 10년 전 기억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은 여사 신변 보호라면 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을까. 마치 오징어배의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법률가의 양심' 운운하며 전혀 주저하지 않는 것일까. 그 점이 매우 의아했다. 검찰 20년을 얼핏얼핏 지켜봐 왔지만, 인사 보은의 결과로 또는 법률가 양심(?)만으로 이 현상을 유추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타깃을 정하고 여론을 고무하고 자극하는 수사를 벌인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


2014년 늦가을 무렵, '정윤회 문건' 수사가 정국을 들끓게 했다. 검찰 수사팀이 당시 정윤회씨 집을 압수수색하고 철저히 수사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탄핵의 방아쇠인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자택에서 선제적으로 압수했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건유출 수사에 집착한 검찰은 차명 휴대폰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정씨와 '십상시 모임'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사람들만 곤욕을 치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를 주재했던 이가 국회 법사위에서 야당 간사를 맡은 유상범 의원이며, '김기춘'의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검찰국장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이는 김주현 민정수석이다. 부실수사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커리어적으로 부활했고 윤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정치 검사들의 맹목적인 충성은 이처럼 역사가 단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은 체험을 통해 생존의 DNA를 체득했다.

정권은 5년마다, 적어도 10년마다 교체된다. 현대사 정치가 증명한다. 정치검찰은 오욕과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아도 좀비처럼 부활하는 법을 깨달았다. 검찰 조직의 공정성보다 개인적 충성을 중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검찰은 인사와 시스템 개혁만으로 바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검찰 조직을 쪼개지 않고는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중앙 집권화된 검찰 조직을 기소청 등으로 분리하는 방법 외에 뾰족수가 없는 것이다. 쪼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모든 개혁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검찰 하나회같은 사단 결집과 권력화는 막을 수 있다. 무신정권이 붕괴하며 결국 도방도 종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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